글을 시작하며

연봉제와 퇴직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해 지급한 것에 대한 불인정과 적법한 중간정산이 되기 위한 요건 등에 이어 기 지급된 퇴직금 명목의 연봉에 포함된 금액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연봉에 포함된 금액을 퇴직금으로 볼 수 있는지, 만약 퇴직금이 아니라면 임금이 되는 건지 아니면 부당이득금에 해당하는지, 부당이득금이라면 퇴직금에서 부당이득만큼 상계하고 지급이 가능한지 그렇지 않다면 퇴직금을 지급하고 별도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등을 거쳐야 하는지, 또 부당이득이 발생했다면 법정이자 상당액만큼 공제를 할 수 있는지 등등.

특히 최근에는 연봉에 포함된 퇴직금을 둘러싼 마지막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당이득금에 대한 소송이 많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앞서 살펴본 연봉제와 퇴직금 사건의 전형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근로자의 직업의 특수성(의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부당이득금을 둘러싼 쟁점이라는 점에서는 주목된다. 다만, 하급심의 판결이기에 향후 상급법원에서도 이러한 하급심의 판단이 동일하게 유지될지 여부를 계속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연봉제, 퇴직금, 중간정산, 부당이득금

연봉제는 신인사제도와 함께 1990년대 중반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돼 이후 많은 기업으로 확산돼다. 이 과정에서 연봉제는 노동법과 괴리가 발생하면서 현장에서는 많은 혼란이 발생했다. 법에서 연봉제에 대해 딱히 정해놓은 바가 없다보니 판례를 통해 법리가 형성되고 정리된 것이다. 간략하게 그 과정을 정리하면, 연봉제에 있어서 퇴직금 중간정산 요건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고 1년의 임금을 정함에 있어서 총액을 기준으로 보너스, 퇴직금, 성과급 등을 모두 포함해 결정한 후 이를 12분해 매월 지급한 연봉제 계약을 체결한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즉, 중간정산으로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대법원 2005도467, 대법원 2002도2211)

또한 중간정산의 형식을 취했다고 하더라고 근로계약서나 연봉계약서가 아닌 별도의 중간정산 신청서가 없거나 퇴직금 발생요건인 1년 미만 근로 등 퇴직금 중간정산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퇴직금 지급 효력이 부인되었다.(대법원 2007도3725, 대법원 2007도4171)

하지만 기 지급된 퇴직금 명목의 연봉을 임금으로 볼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퇴직금을 월급과 함께 매월 분할지급 받았다면 그 돈은 부당이득으로 회사에 돌려줘야 하고 퇴직금을 따로 청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근로자는 매월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돈을 반환해야 하므로 두 채권을 상계할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2007다90760)

문제는 위 대법원 판례의 부당이득금에 대한 반환과 그 금액을 퇴직금과 상계처리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특히 의사나 변호사 등과 같은 전문직의 경우 이른바 네트(net)계약을 맺는 관행이 일부지만 있다. 네트계약은 말 그대로 연봉계약에서 약정한 금액은 명목연봉(gross)이 아니라 제세공과금을 제외한 실제 수령을 받는 실지급연봉(net)이다. 예를 들어 연봉 6천만원이라고 하면 사용자에게 원천징수 의무가 있는 근로소득세, 주민세, 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을 원천징수하지 않고 사용자가 부담(대납)을 해 매월 5백만원의 실수령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네트계약 즉, 제세공과금 대납약정시 퇴직금을 청구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인데, 근로자가 퇴사 후 퇴직금 지급을 청구해 지급했으며, 따라서 퇴직금 지급으로 대납의무가 없어졌으므로 대납한 제세공과금을 반환하라는 요구다.

여기에 대해 판결은 제세공과금 대납약정이 퇴직금 청구와 관계가 없으며, 설령 퇴직금 미청구를 조건으로 대납약정을 했다고 해도 이는 퇴직금 사전 포기 약정으로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해 무효가 되며, 만약 대납약정을 소급해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는 대납한 제세공과금이 부당이득이 돼 반환의무가 생기고 이는 사실상 퇴직금 사전 포기약정 인정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퇴직금 제도의 입법취지를 몰각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히고 있다.

불법임에도 부당이득이기에 반환하는 것이 공평하다가 낳은 논란

사실 퇴직금 명목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반환을 하라는 것은 퇴직금 명복 금원을 불법원인급여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퇴직금 지급이라는 강행법규를 위반하고,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퇴직금을 다시 지급함으로써 손해를 입고, 근로자는 상당금액의 이익을 얻게 되므로 근로자가 기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사용자에게 반환하는 것이 공평하고 합당하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 등은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부당이득 반환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퇴직금 명목 금원이 불법원인급여이기 때문에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도 대납약정한 제세공과금은 부당이득금이 아니므로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이번 판결로 인해 부당이득금 반환과 관련한 또 다른 논란이 조금이나마 줄어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