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쌍용자동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주간사인 삼정KPMG 컨소시엄에 따르면 이달 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1월께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먹튀’ 논란을 일으킨 중국 상하이차가 남긴 상흔이 지워지지 않은 터라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쌍용차 구성원들은 지난해 극심한 노사갈등 끝에 절반 가까이 회사를 떠나야 했고, 핵심기술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마힌드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쌍용차를 헐값에 인수한 뒤 자본과 핵심기술을 빼먹고 경영에서 손을 뗀 상하이차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쌍용차의 바람직한 매각방향은 무엇일까.



“경영능력 검증, 해고자 복직 우선”
황인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인도 마힌드라가 우선협상자가 선정되면서 매각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쌍용차 재매각은 국내 자동차산업 재편과 노사관계를 비롯한 구조조정이 일단락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무급휴직자·징계대상자·가족의 고통과 지역경제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자본의 위기가 노동에 전가된 대표적 사례인 ‘쌍용차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상태에서 재매각은 졸속매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장 안의 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현장통제 속에 고강도 노동을 감내하고 있고, 매각 과정은 노동자가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다. 결국 외국기업의 투기적인 성향과 매각 과정에서 동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구조조정 등이 또다시 쌍용차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할 것이다.
이 때문에 마힌드라의 쌍용차 정상화 의지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상하이차가 인수하기 전 상태의 쌍용차로 되돌릴 수 있느냐를 검증해야 한다. 투자 확대와 신차 개발, 숙련도를 갖춘 해고노동자의 원직복직 등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산업은행 등 관계당국은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막기 위해 감시와 지도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안정화와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감안하면, 궁극적으로는 쌍용차가 국유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투자내용 이행, 기술유출 방지해야”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객관적인 대내외적 상황은 과거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하려 할 때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중국이 내수기반을 위해 쌍용차를 인수했다면 마힌드라는 수출에 중심을 두고 있어 쌍용차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르다. 이에 따른 매각 진행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매각에 앞서 가장 먼저 담보돼야 할 부분은 ‘투자내용 이행’과 ‘기술유출 방지’에 대한 부분이다.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기술유출방지위원회에 시민사회나 노조가 참여해 유명무실화한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투자부분 또한 약속한 투자 내용을 반드시 이행할 수 있도록 평택시나 경기도의회·시민사회단체·노조 등이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투자 내용이 잘못되거나 이행되지 않을 경우 이를 시정할 수 있게 만드는 권한을 줘야 한다. 또한 향후 기업전망이나 회사를 꾸려 나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노사와 지역사회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쌍용차의 전망과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무급자·희망퇴직자 문제를 외면하고는 이번 매각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익을 낸 후 복직을 시키겠다는 발상은 선후가 바뀐 것이다. 복직에 대한 부분을 투자항목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정치권과 지역시민사회 노동계와 논의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 한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와 평택시의회가 책임을 지고 쌍용차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힌드라, 문어발식 확장 우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마힌드라는 이미 국내 여론을 파악하고 있다. 상하이차의 먹튀 행각이나 지난해 진행된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알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쌍용차를 인수하게 되면 당장은 경영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능력 면에서도 영국의 지배를 받은 인도의 업체들이 중국기업들보다 한 수 위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마힌드라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문제점이 우려된다.
아직 마힌드라가 매각업체로 확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매각의 향방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 매각주간사의 실사를 거쳐 마힌드라의 경영계획에 신뢰성이나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매각업체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매각업체의 경쟁력 즉, 판매망과 기술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보다 나은 업체가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핵심기술을 빼간 데 대해 우리는 ‘기술유출’이라고 하지만, 상하이차 스스로는 ‘기술이전’이라고 생각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가 매각업체로 결정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을 르노삼성차의 모기업인 르노닛산의 전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마힌드라에 쌍용차가 팔리도록 하기보다는 르노닛산에 팔리는 쪽을 선호할 것이다. 르노닛산쪽이 경쟁력이 높고, 르노삼성과의 통합으로 생산량 확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닛산이 이런 점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마힌드라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매각대금은 내려갈 수밖에 없고, 그 혜택이 르노닛산의 몫이 될 수도 있다.


"쌍용차 정상화 의지, 확실히 보여 줘야"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




쌍용자동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마힌드라에 대한 여러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당장 마힌드라가 인수를 한 상황은 아니라서 매각 자체를 반대하기는 이르지만 걱정되는 점이 많다는 것이다. 마힌드라는 인도를 포함해 러시아·중국 등 광활한 영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쌍용차가 가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술을 당연히 탐낼 것이다. 마힌드라는 설립 초기 트랙터 등 농업장비 생산을 시작했다. SUV 생산력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이번 매각이 또다시 졸속매각으로 되풀이되지 않고, 쌍용차에 또다시 치명상을 입히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마힌드라가 쌍용차 정상화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 줘야 한다. 지난 2004년 쌍용차가 상하이차에 매각되기 전 수준인 10만대 이상의 생산라인을 풀가동할 수 있을 정도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변화된 환경에 맞춘 신차 개발과 쌍용차 사태로 해고된 숙련 노동자들의 복직도 뒤따라야 한다.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숙련노동자를 모두 고용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쌍용차 정상화 의지의 확인 절차에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쌍용차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소비자·지역주민·하청업체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다.
만약 이번에도 쌍용차가 졸속매각된다면, 영국의 대표적인 자동차기업으로 80년대부터 벌어진 여러 차례의 ‘먹튀’로 몰락한 로버자동차의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먹튀 논쟁은 무의미, 기술유출 감시해야”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과)


이른바 먹튀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술유출의 문제가 더 크다. 해외자본은 돈이 안 되면 손을 털고 나가게 돼 있다. 우리나라 자본도 해외에 나가서는 마찬가지다. 이것을 놓고 먹튀라고 두려워하면 해외자본을 잡지 못한다. 따라서 먹튀자본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기술유출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고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해외자본을 받아들인다면 기술유출에 대비한 규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계약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될 경우 계약을 취소하거나 수익 등을 환수할 수 있는 옵션을 걸어 놓아야 한다. 감시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한 번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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