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에서 2년 이상 된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해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사내하청 문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하청(subcontracting)은 주로 원·하청간의 불균등한 관계를 기반으로 원청기업의 제반 위험을 전가하는 기제로 널리 사용됐다. 동일한 작업장에서 진행되는 사내하청은 비용 상승 요인을 전가하는 기제으로서의 하청이라는 일반적 특징 외에도, 동일한 작업장에서 원청 사업주가 제공하는 시설·설비·원자재·공정을 이용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원청사업주의 지휘·감독을 받게 된다. 그 결과 한국의 사내하청은 법적으로 ‘도급’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하청업체가 노무관리의 독립성을 가지지 못하고, 원청업체가 하청노동자의 지휘·감독의 실질적 권한을 가지는 ‘파견노동’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한국 사내하청 노동자는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 파견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와 거의 유사하다.

즉 사내하청은 제반 위험의 이전을 원하는 기업의 요구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의 열악하다. 원청 사업주는 정규직 노동자가 기피하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공정에서 사내하청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위험작업의 개선과 원청 노조의 저항에 따르는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또한 사내하청의 경우 업무에 대한 지시에 원청이 직접 관여한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과 관련된 작업시설·설비가 원청사업주의 소유이며, 작업공정과 작업방식의 결정도 원청 사업주가 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하청노동자의 안전보건 책임을 하청업주에게 지우고 있어 원청사업주는 하청노동자의 안전보건에 거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사내하청 노동자의 건강실태는 어떠한가. 유감스럽게도 국내 산재통계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에 관련된 자료를 얻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재해 통계 분류에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분류가 없기 때문이다(이 사실은 우리나라의 산재 예방 및 보상이 대기업 정규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사내하청 노동자와 비슷할 것 같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실태를 보면 사내하청 노동자의 건강실태를 추정할 수 있다.

2008년 고용노동부 산재 통계를 분석해보면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율은 1.06%로 1천인 이상 사업장의 재해율 0.27%보다 약 4배 높다. 사망률은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만명당 2.01명이 사망해 1천인 이상 사업장의 사망률보다 약 2배 정도 높다. 따라서 소규모 사업장과 비슷한 사내하청 사업장도 산업재해가 원청 사업장보다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2005년 발표된 박종식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위원의 연구를 보면, 한 대규모 사업장에서 생산직 노동자수를 기준으로 산재율을 계산해보면 재해율이 직영은 2.94, 하청업체는 0.75로 나타나고 있다. 원청이 사내하청업체에 비해 재해율이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 것이다. 원청의 경우 근골격계질환같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산재자가 240여명인데 비해 사내하청 노동자는 단 1명도 업무상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같은 규모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과는 달리 다치거나, 병들거나, 죽지도 않는 아주 건강한 상태로 일하고 있다. 오히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공정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의 대기업 노동자보다도 4배 이상 건강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정말로 웃기는 이 숫자를, 아니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더럽고 힘든 일은 다하면서, 월급은 반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실제 하청노동자들이 힘든 일을 하기 때문에 재해율이 높게 나타날 것이라는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 이제 질문은 “동일한 사업장에서 상대적으로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재해율이 왜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재해율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는가”로 바뀔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질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