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섰다. 한바탕 빗줄기 쏴아 혼탁한 먼지 다 씻어낸 그 자리에. 지긋지긋하던 한여름 큰비는 그래도 선물을 남겼다. 사람도 섰다. 얼마 만인지, 감탄사 저마다 다른 데 바라보기는 한 곳이다. 전화기 들어 소식 전하기를 ‘창문을 열어다오~!’ 당신만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이벤트가 그 저녁에 참도 많았다. 말 없던 건 한 우산 아래 정겹던 연인, 그저 팔 걸고 손잡아 더욱 가까웠다. 이때다 싶었던 남편은 기백만원 한다는 '디에스엘알(DSLR)' 카메라가 필요하다며 아내를 설득했다. 한 손에 장바구니 무겁던 아내는 어린 아들 꼭 끼고 무지개 설명에 여념 없었다. 동물원 '어흥이' 보다 신기했던지, 꼬마는 하염없어 목 아픈 줄 몰랐다. 하늘의 조화인지, 지난 10일 서울 하늘에 색색이 조화롭던 무지개 아래 사람들이 저마다 즐거웠다. 그중 몇몇은 아마도 그 밤에 무지개 너머 아름다운 세상을 꿈꿨으리라. 각양각색, 저마다 옳다 편 가르던 이들도 무지개만 같아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