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4년 연속 국민권익위원회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체 공공기관과 시·도교육청을 통틀어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올해 초에는 공정택 전 교육감을 비롯해 현직 장학관과 장학사·교장들이 줄줄이 검찰수사를 받는 교육비리 사건이 잇따랐다. 때문에 서울 시민들이 지난 6월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곽노현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관악구 청림동 서울특별시과학전시관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조채구(54·사진) 전국공무원노조 교육청본부장은 “서울 시민이나 학부모들이 진보 교육감 탄생에 대해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확실한 서울교육 혁신책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채구 본부장은 서울시교육청지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작은 비리 제대로 단속해야”

조 본부장은 곽노현 교육감 취임준비위원회의 교육비리 근절 태스크포스(TF)에 참가했다. 그는 “TF팀이 채택한 보고서에는 서울시 교육청의 비리 유형이나 문제점, 개선방안이 다양하게 나와있다”고 말했다.
“교육비리를 저질러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사람들은 파면·해임으로 공직에서 배제되거나 정직·감봉·견책 등의 ‘공직 비배제’ 징계를 받습니다. 비배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다시 일상근무를 하게 되는데 문제가 많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사면·복권되는 과정에서 (비리 관련) 자료가 없어지기도 하죠.”

조채구 본부장은 “작은 비리를 저질렀을 때 제대로 단속을 해야 한다”며 “비배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자기혁신단으로 배치해서 특별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개월 이상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일주일에 한번 혁신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비리로 공직에서 배제된 사람들도 여전히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시설공사나 학교에 납품하는 업자로 변신해 현직 공무원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해 다시 비리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공직에서 부정비리로 면직된 사람들은 현직 공무원을 만나는 것을 제한해야 합니다. 현직 공무원이 이들을 만나기 전에는 육하원칙에 따라 만나는 이유 등을 보고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같은 공무원으로서 다소 가혹할수도 있는 이런 제안들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 본부장은 “이 정도 내용으로 최소한 조례라도 만들어야 서울교육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6급 이하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은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한번 바뀔 때마다 모든 권력이 이동합니다. 공무원조직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정권이 바뀌었을 때 해바라기처럼 권력을 쫓아 왔다갔다하는 것을 막으려면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해 줘야 합니다.”

"6급 이하 정치적 활동 자유 보장해야"

조 본부장은 서울시교육청이 매년 청렴도에서 꼴등을 차지하는 데는 교육감뿐만 아니라 부교육감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부교육감 역시 6급 이하 임용권 등 많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교육감에 대한 최종 임용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그는 “부교육감은 서울교육 지방자치에 맞는 행정을 구현해야 하는데 자기를 임용해 준 임용권자의 분위기에 맞추게 된다”며 “서울의 교육이 피폐해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감사담당관실은 곽노현 교육감이 임기를 시작하기 직전인 6월25일 인사담당부서로 조 본부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지난 3월에 개최된 전국공무원노조 출범식이 이유였다. 지난달 27일 인사위원회가 열렸지만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결정에 따라 인사위원회가 한 달 연기됐다.

조 본부장은 “토요일에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공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이 아니다”며 “행안부가 지방공무원법상 성실·복종·집단행동·품위유지를 다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다.

“출범식 참가가 징계 사유가 되는 것인지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해 볼 계획입니다. 또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징계를 유보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입장입니다.”


[약력]

1981년 서울시교육청 공무원에 임용돼 여의도고등학교 행정실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서울시교육청공무원노조 설립준비위원장, 노조 위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12월부터 전국공무원노조 교육청본부장 겸 서울시교육청지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현재 서울특별시과학전시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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