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앙행정기관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이전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전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성택 행정부공무원노조 위원장은 29일 오후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오 위원장은 “(세종시 관련 논의의) 대부분이 이전범위와 행정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전하는 당사자인 직원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세종시 이전 대상 공무원은 1만여명이다.

오 위원장은 최근 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세종시 이전과 관련한 공무원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그는 “세종시 공동주택건설계획을 보면 분양가가 평당 700만원선으로 책정돼 있다”며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공무원들, 주거·교육·복지 요구 높아

특히 충분한 녹지공간과 문화체육·교육시설·종합병원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현재 과천·대전·광화문 정부청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인 업무·휴식·주차공간과 회의실을 충분하게 확보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오 위원장은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불가피하게 배우자가 퇴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구직상담부터 직업훈련까지 배우자에 대한 직장 알선 프로그램을 원스톱으로 운영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전 대상 기관 소속 공무원 중에는 이전을 희망하지 않는 직원도 있을 수 있고, 반면 이전 대상이 아닌 기관의 공무원 가운데 이전을 원하는 직원이 있을 수 있다”며 “부처 간 인사교류를 통해 희망부서로 인사배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행정기관 이전에 따른 행정효율성 문제와 이전 대상 기관 범위 등이 논란이 됐다. 강정석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행정기관 이전에 따른 효율성 문제와 대안’ 주제발표에서 “행정기관 이전 범위는 2005년 법률 제정 당시 전문연구기관의 연구와 검토를 거쳐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기관 이전의 범위 설정을 위한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나친 분할은 바람직하지 않아"

반면 김동욱 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는 “2005년 이전 대상 기관과 이전 기간은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된 것이 아니다”며 “여성가족부가 이전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지나치게 많은 기관을 행정중심도시에 배치해 정부분할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무총리와 장관이 국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12년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당초 이전 대상은 12부4처2처 등 49개 기관이었으나 부처 통폐합 등 정부조직 개편사항을 반영해 9부2처2청 등 35개 기관으로 축소됐다.

2012년 4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세종시 1단계 1구역의 현재 공정률은 24%다. 세종시에 들어가는 총사업비는 22조5천억원으로 지난달 말 현재 6조1천600억원(27.4%)이 집행됐다. 이 가운데 정부청사 이전비용은 1조6천억원이다. 정부는 다음달 5일까지 중앙행정기관 이전에 대한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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