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빌미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야만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목소리에 절절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단속추방 중단을 요구하며 28일로 나흘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미셸 카투이라(38·사진, 필명 미셸 파울로) 이주노조 위원장. <매일노동뉴스>가 이날 오후 서울시 중구 향린교회 농성장에서 그를 만났다.


돈 벌러 온 이주노동자의 참담한 현실

필리핀 출신 미셸 카투이라 위원장은 지난 2006년 1월 고용허가제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필리핀에 일자리가 별로 없어 가족을 먹여 살리기가 힘들었어요. 학교에서 사무보조도 하고 주말마다 파트타임도 했죠. 뒷마당 텃밭에서 키운 야채나 코코넛 열매도 팔아 보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봤어요.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어요.”

돈을 벌어 가족의 생계를 돕겠다는 꿈을 안고 한국은 그에게 행운의 땅이 아니었다. 울산·경기·서울 등지를 돌며 제조업체 6곳에서 일했다.
"거의 쉬지 못하고 야간까지 일하는 바람이 몸이 많이 상했어요. 차별이 심해서 노동부에 진정을 낸 적도 있고,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 때문에 그만두기도 했죠.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해도 월급은 100만원 정도밖에 안 돼요. 지금은 서울 성수동 신발공장에서 일하는데 다행히 사장님이 좋은 분입니다. 노조 일도 할 수 있게끔 배려도 해 주시고요."

카투이라 위원장이 이주노조를 만난 것은 2007년 3월이었다.
“두 번째 회사였는데요. 동료가 부당해고를 당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주노조를 만났어요.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알고는 바로 가입했죠.”
그는 지난해 1월 고용허가제 비자만료로 필리핀에 갔다가 돌아온 뒤 노조 선거 출마를 권유받았다. 당시 네팔 출신 토르너 전 위원장이 2008년 5월 체포된 뒤 곧바로 강제출국당한 뒤였다. 법외노조인 이주노조가 상당히 어려울 때였다.

“아마도 제가 합법 신분이다 보니 출입국사무소가 대놓고 탄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 조합원들도 두려워하던 때였거든요. 그러나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출마했습니다.”

"G20 앞두고 단속·추방 심각해"

카투이라 위원장은 올 들어 한국정부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강제단속하고 출국시키는 것을 보면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역전 주변과 거리에서 경찰이 상주해 있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불심검문, 공장과 주택에 대한 무단침입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가 단식농성에 나선 이유다.

“야만적인 집중단속 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요. 식당에서 붙잡아가지를 않나, 폭행을 하지를 않나…. 야만적인 단속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그는 "단식농성은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한국정부가 강요한 것과 다름없다"며 "전체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어고 사회의 위험한 존재이자 불안요소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카투이라 위원장도 요즘 신변의 위험을 느낀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가 사업장을 바꾸라고 종용하기도 했고, 경찰이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두렵지 않습니다. 제 비자를 뺏는다 하더라도 끝까지 싸울 겁니다. 정부 당국자가 인간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제발 탄압과 인종차별을 멈추기를 바랍니다. 한국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이주노조 지도부 탄압 중단 권고대로 이주노조를 인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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