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22일 대법원은 판결을 선고했다.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 비정규 노동자에 관한 판결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중대했다. 비정규직, 파견근로에 관한 판례들은 이 판결을 위해 존재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에 관한 판례들 위에 2010년 7월22일 대법원은 마침내 현대자동차사내하청 노동자에 관한 판결을 선고했다. ‘2년 넘게 자동차생산공정에 근무하였다면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근로자로 간주된다.’ 판결은 명확했다.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직접고용간주’ 규정은 적법한 근로자파견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불법파견에도 적용된다고 한 2009년 9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은 이번 판결을 위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새로운 판례 법리를 세워 말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파견근로의 법리에 관한 새로운 것들은 모두 대법원이 이미 판례로서 확립해 놓은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새롭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은 기존의 새로운 것들을 딛고 실로 중대한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이 나라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이라는 족쇄의 하나를 단숨에 끊었다. 지금까지 사용자들은 도급 등 간접고용을 통해 비정규 노동자의 근로 제공으로 인한 결과를 고스란히 챙겨가면서도 노동법적 책임을 사내하청업체에 떠넘겨 왔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주), 원청 사용자가 그 책임을 져야한다고 선고했다. 이 나라의 모든 사용자들에게 그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판결문으로 경고했다.

2. 지난 7월22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다. 지금까지 사용자들과 노동조합에게 선고됐던 어떠한 판결보다 파괴적이었다. 원청업체는 사내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 해지 내지 계약갱신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을 해고해 왔다. 이번 판결은 이같은 원청 사용자들의 노무관리행태를 파괴했다. 정규직과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혼재해 자동차생산공정에서 작업시켰던 현대자동차(주) 등 원청업체 사용자들에게는 이번 판결은 공포다. 현대자동차에서만 대상자가 ‘4천명이다, 7천명이다’, 지급할 금액이 ‘4천억원이다, 6천억원이다’며 사용자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투쟁에서 이번 판결만큼 사용자들을 공포에 떨게 한 투쟁이 있었던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원청업체와 무관한 것이라며 원청회사 내에서 정상적인 조합활동이 제한받아 왔다. 이번 판결은 더 이상 사내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 사용자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선고했다. 2년 초과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원청업체 근로자로 간주될 수 있으며 2년 초과되지 않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라도 장차 원청업체 근로자로 간주될 수 있는 근로자가 됐다. 원청회사 내에서의 조합 활동에 관한 모든 지형을 뒤흔들어 버렸다. 원청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일정한 지배력 내재 영향력이 있다면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난 3월25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파괴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 버렸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그동안 원청 사용자의 탄압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조합을 설립했지만 사용자가 아닌 원청업체 사용자의 탄압으로 노조간부는 해고되고 조합원은 탈퇴했다. 비정규직의 투쟁은 정규직 노동조합의 지원에 의해 존립할 수 있었다. 금속노조 등 비정규직 조직과 투쟁의 기본 방향은 정규직 노동조합에 의존해 기획되고 의존해서 집행됐다. 그래서 기아자동차지부가 비정규직 투쟁과 활동, 조직의 모범으로 평가됐다. 그렇지 못했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몰락했고 심지어는 간판만 겨우 내걸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정규직 노동조합의 지원이 없이도, 비정규직의 투쟁과 활동, 조직에서 비정규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모범으로 설 수 있도록 했다. 금속노조 등 비정규직 조직과 투쟁에 관한 기본 방향을 송두리째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3. 지난 7월22일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2003~2004년 시작된 비정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조직적 투쟁에 관한 판결을 받았다.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적 투쟁에 관해 당시 금속노조 법률원이기도 했던 법률사무소 새날은 처음부터 함께했다. 지엠대우·현대하이닉스매그나칩스·기아자동차·현대자동차·기륭전자 등 금속 사업장의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에 함께했다. 그 결과 법률사무소 새날은 ‘파산’했다. 비정규 노동자의 각종 법적 대응을 법률사무소 새날은 모두 수행했다. 1년에 수백건의 민형사사건을 담당했다. 비정규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형사구속사건 등으로 제한된 금속노조의 규약규정상 지급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금속노조로부터 지원받지 못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법률원이라는 이름으로 법률사무소 새날은 비정규 노동자의 해고와 노조 활동에 관한 각종 법률지원을 수행해야 했다. 그리고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고재환과 강동우가 있었다. 이번 현대자동차울산공장 비정규직사건 이전에 현대자동차아산공장 비정규직사건이 있었다. 이미 현대자동차아산공장 비정규직사건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에 앞서 2년 초과한 사내하청 근로자는 원청인 현대자동차(주)와 직접고용간주된다는 판결이 있었고,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그 판결과 동일한 법리로 판시했다. 필자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이 현대자동차아산공장 비정규직사건은 현대자동차울산공장에 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 바로 선고하기로 정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번 현대자동차울산공장 비정규직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파기환송돼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변론을 진행한 뒤 판결이 선고될 것이다. 이 때문에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아산공장 비정규직사건에 먼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7월22일 필자는 지난 금속노조 법률원에서의 일들이 먼저 떠올랐다. 2008년 금속 법률원은 변호사 13명, 노무사 8명 등을 포함해 30여명의 인원과 중앙·경기·경남·울산 등 4개의 사무소로 조직돼 있었다. 당시 이 나라에서 노동사건을 수행하는 법률사무소로서는 가장 규모가 컸고 가장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그러나 수년간 계속된 비정규직 투쟁은 금속노조 법률원, 즉 법률사무소 새날에 치명타를 가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은 금속노조의 지원없이 사건 수임료로 운영해야 했다. 비정규직, 중소 장투사업장의 투쟁으로 인한 소송 등 각종 사건 수행에 따른 5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변호사와 노무사의 임금이 체불됐다. 심지어 11개월간 임금을 받지 못한 변호사도 있었다. 그리고 법률원운영규정을 둘러싼 금속노조 내부 문제로 금속노조 법률원의 모든 변호사와 노무사는 퇴직했다. 아직까지도 변호사와 노무사는 체불된 임금을 받지 못했다. 현대자동차아산공장 비정규직사건과 현대자동차울산공장 비정규직사건 등 금속 법률원에서 수임했던 비정규직 투쟁과 관련한 사건들은 수임료의 지급여부와 관계없이 담당해 왔다. 현대자동차아산공장 비정규직사건은 필자가, 현대자동차울산공장 비정규직사건은 고재환 변호사가 맡기로 하는 등 수많은 비정규직투쟁 사건을 포함해 금속노조 법률원에서 담당했던 사건들을 변호사별로 분배하고 담당했다. 그리고 2008년 8월과 9월, 금속노조 법률원에서 나왔지만 법률사무소 새날은 민주노총 법률원과 함께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 비정규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미수채권 3억원이 문제가 돼 약 1억원의 세금추징을 당했다. 아무리 비정규직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것이라고 말해도 소용없었고, 아무리 비정규직이어서 지급받기 어렵다고 사정해도 소용없었다. 국세청은 미수채권도 매출이고 소득이라면서 세금고지서를 통보했다. 그리고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현대자동차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로부터도 1억원에 가까운 미수채권이 남아 있다. 고재환 변호사는 금속노조 법률원의 변호사로서 이번 대법원 판결을 받지 못했다. 필자도 곧 선고될 현대자동차아산공장 비정규직사건에 관한 판결을 금속노조 법률원의 변호사로서 받지 못한다. 비록 노동법률원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법률사무소 새날의 이름으로 원장으로서 변호사로서 여전히 사용자를 상대로 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법률문제를 수행하고 있지만 10여년 전에 금속노조 법률원의 현판을 달던 순간이 자꾸만 떠오른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과거 금속노조 법률원의 10년 역사를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했던 모든 이들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게 한다. 99년부터 2008년까지 금속노조 법률원에 몸담았던 모든 이들의 얼굴까지 괜히 떠오르게 한다. 그 직책이 무엇이든 소중했던 그들 모두가 떠오른다. 비정규직에 관한 질의회신 등 법률원의 의견서가 정규직지부와 집행부 등 노조의 제세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필자의 고집이 오늘 우리가 금속노조 법률원의 이름으로 함께 대법원 판결을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이 아닌지 자꾸만 필자의 부끄러운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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