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지부장만 해고하면 지부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배삼영(49·사진) 사무연대노조 농협중앙회비정규지부장은 최근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끼니를 거르는 일도 잦아졌다. 그는 2008년 7월에 이어 이달 13일 또다시 계약해지됐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0일 계약기간이 끝난 배 지부장에게 ‘계약기간 종료’를 통보했다.
배 지부장은 84년 농협에 입사해 99년까지 정규직으로 일했다. 99년 외환위기로 해고됐다가 그해 비정규직으로 재입사했다. 이후 2002년과 2003년에 1번씩, 2004년부터 매년 계약이 갱신됐다. 농협중앙회가 비정규직법(기간제법)상 기간제한 조항을 피하기 위해 2년이 되기 전에 반복적으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데, 배 지부장 역시 똑같은 일을 겪은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명씩 비정규직 계약해지”

지부는 2001년 설립됐다. 조합원은 150여명에 불과하다. 조합원들이 '2년 뒤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부 가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배 지부장은 “농협중앙회가 비정규직을 2년마다 쓰고 버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협중앙회 내 비정규직 5천500여명 중 최근 5년 새 매년 2천여명 이상의 비정규직이 계약해지된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비정규직이 계약해지되는 셈이다. 물론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당시와 2008년 등 두 차례에 걸쳐 2천여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이후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크게 줄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전체 비정규직의 5%인 200여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데 그쳤다. 배 지부장은 “비정규직 대다수가 계약해지되면 아무 말 없이 회사를 떠난다”며 “비정규직은 저항도 하소연도 하지 말고 군말 없이 회사를 나가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부장 계약해지 아닌 노조탄압의 문제"

농협중앙회와 지부가 맺은 단체협약에는 지부 지원에 대한 내용도 있다. 그런데 지난 1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된 뒤 갑자기 지원이 중단됐다. 회사는 최근 지부와 논의 없이 비정규직 처우 등을 규정한 취업규칙을 바꾸기도 했다. 배 지부장은 “회사가 노조를 인정한다면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지부장을 이렇게 쉽게 해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에는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사무금융연맹 NH농협중앙회노조·사무연대노조 농협중앙회비정규지부 등 3개 노조가 있다. 회사측은 전임자 숫자를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타임오프 한도에 맞추라고 압박하고 있다. 조합원 150명의 지부가 단체협약으로 인정받은 전임자 1명마저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배 지부장은 “노동부가 타임오프 제도를 시행할 때 타임오프의 특징을 하후상박이라고 했지만 농협중앙회의 상황을 보면 타임오프 제도로 소규모 노조는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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