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20일 “타임오프 싸움에서 물러서면 정부는 근로기준법과 헌법까지 개정하면서 노동3권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를 필두로 8월 투쟁을 재조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로 9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는 김 위원장은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농성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노총 총파업은 어렵지만 특정 사업장을 중심으로 투쟁을 만들어 내는 일점돌파는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시민기본권 중 핵심인 노동기본권이 약화하면서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면서 “국민에게 이러한 사회 현실을 알리고 소통하자고 단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단식농성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종시나 4대강 등 사회적 이슈가 많았지만 시민기본권 중 핵심인 노동기본권은 의제화되지 못한 채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빈부격차가 확대됐고,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 노동자·서민의 삶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국민에게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최근 민주노총 정동 건물 현판식을 하면서 ‘전태일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단식농성으로 정동 시대를 열겠다는 결심을 그때쯤 굳혔다. 타임오프 싸움에서 물러서면 정부는 근로기준법과 헌법까지 개정하면서 노동3권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절박감도 있었다.”

- 단식농성 후 성과가 있었나.
“타임오프 중단이나 정부 국정운영기조 변화 등은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과제다. 단기간에 해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단식농성 후 성과가 있었다. 단식 기간 중 정말 많은 분이 농성장을 찾아주셨다. 조합원은 물론이고 야5당 대표 등 정치인부터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정신대 할머님들, 청년 학생들까지 그동안 뵙지 못했던 분들을 여기서 만날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노동기본권이 시민기본권의 핵심이라는 것을 공감하는 과정이었다.”

- 타임오프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민주노총의 투쟁은 지지부진한 것 같다.
“과제이자 한계로 인식하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 차원의 총파업은 실현 가능성이 미약하기에 이미 폐기했다. 금속노조 등 산별연맹들이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 조합원이 투쟁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데, 조합원들의 판단이 현명한 측면도 있다. 일례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는 올해 71.9%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예년보다 오히려 높았다. 민주노조를 지켜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다만 조합원들은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적어도 쌍용자동차처럼 싸우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다. 지도부의 선도적인 투쟁과 헌신이 필요한 이유다. 임기 중에 반드시 한 번은 기회가 올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조법 개악을 밀어붙였다. 노조법 개악은 이명박 정부가 몰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당장 8월 이후 투쟁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일점돌파(한곳에 집중해) 형식으로 싸움을 만들 것이다. 타임오프 제도가 미치는 영향은 사업장별로 달라 공동전선을 펴기 어렵다. 현재 정부와 언론이 기아차를 주목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8월 초에 금속노조 위원장과 기아차지부장을 직접 만날 생각이다. 물론 투쟁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주노총·금속노조·기아차지부가 공조한다면 정부 공세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긴밀히 협의해 투쟁을 일궈 나갈 것이다.”

- 9일째 단식 중인데. 언제쯤 중단할 예정인가.
“솔직히 육체적으로 힘들다. 중단 시점은 내가 결정하기로 했다. 목적만 달성된다면, 단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언제든 중단할 것이다. 몸은 힘들지만 정신은 오히려 건강해졌다. 많은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정권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보다 명확하게 인식했다. 단식을 중단할 때 병원에 실려 가지 않고 내 발로 농성장을 걸어 나갈 생각이다. 지금은 위원장이 결의를 보여 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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