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건의료노조에 가입한 익산병원지부(지부장 이주호)가 14일로 파업 15일째를 맞았다. 노조 소속 사업장 가운데 가장 긴 파업이다. 지난 3월 조합원 53명으로 창립총회를 연 지부는 근로시간 면제한도(타임오프 한도) 합의와 노조 사무실 제공, 노조 홍보활동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부는 9차례 교섭에도 진전이 없자 지난달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조합원 63명 중 51명이 투표에 참여해 49명(96.07%)이 찬성했다. 지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노조인정과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14일 오후 전북 익산시 신동 익산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지부 천막농성장에서 이주호(32·사진) 지부장을 만났다.

“병원인근 안 가 본 식당 없어”

“노조 창립 후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병원 주변에 안 가 본 식당이 없습니다.”
지부는 노조 사무실이 없다. 이주호 지부장은 조합원을 만나기 위해 지부 창립 이후 줄곧 병원 인근 식당을 전전해야 했다.
“정말 서럽더라고요. 식당에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제약되고…. 노조 사무실이 왜 필요한지 그때 알았습니다.”

이 지부장은 조합원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주차장 컨테이너라도 괜찮다”고 했다. 2003년 방사선사로 입사한 이 지부장은 왜 지부를 결성하게 됐을까.
"지난해 5월 한 고참이 휴일에 당직근무를 많이 섰어요. 그런데 병원측에서 그 달 월급이 너무 많이 나간다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일을 많이 하면 수당이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3년 후에 나도 저런 대우를 받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최근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후배가 빚을 내서 공무원 준비를 하겠다며 병원을 그만둔 것도 지부를 결성한 계기가 됐다.
이 지부장에 따르면 익산병원 간호사의 평균 근속기간은 3~4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지부장은 “월급도 적고 노동강도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야간근무의 경우 간호사 1명이 환자 50여명을 돌봐야 한다. 직원 220명의 평균 연봉이 2천100만원에 불과하다. 기능직인 8년차 외래 조무사는 세후 월급 120여만원으로 생계를 꾸린다.

“지난해 병원 매출이 241억원이었는데 인건비로 50.3%가 지출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직원 220명의 연봉을 다 합해 봐야 48억원을 넘지 않거든요. 나머지를 모두 의사에게 지급하고 있다는 얘기죠.”

“간호사 평균 근속기간 3~4년”

이 지부장은 단체교섭에 소극적인 병원측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병원측은 노조와 교섭을 시작하면서 공인노무사 2명을 채용했습니다. 그 돈이라면 노조가 사무실로 쓰는 컨데이너를 사고도 남았겠죠. 병원장은 1억원이 넘는 차를 타고 다닙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지부가 설립되자 이틀 만에 조합원이 50여명에서 130여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조합원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3층은 외과, 4층은 내과 병동인데요. 병원측에서 조합을 탈퇴하지 않으면 병동을 로테이션(이동)하겠다고 압박했어요. 간호사들은 로테이션을 하겠다고 하면 겁을 냅니다. 하고 있는 업무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병원측으로부터 통상근무(오전 9시~오후 6시)에서 병동근무(3교대 근무)로 전환배치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그만둔 임신 5개월차 간호사도 있어요.”

그는 “병원 관계자가 조합원 집에 전화를 해서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지부 입장에서는 타임오프 합의와 사무실 제공, 노조 홍보활동 인정은 최소한의 요구다. 그럼에도 병원측은 임의교섭 사항이라는 이유로 교섭에서 논의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병원측은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교섭 대신에 신규병동을 폐쇄하는 강수를 뒀다.
그런 가운데 노사는 15일 교섭을 벌인다. 지부가 파업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노사가 만나는 자리다. 노사가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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