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그동안 잘못한 게 맞지요. 하지만 정부가 골치 아프다고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을 공공훈련기관에서 민간으로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닙니다. ”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시행령에 명시된 공공단체에서 대한상의를 삭제하고 민간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서재필(55·사진) 노조 대한상의인력개발사업단지부장은 “직업훈련기관의 공공성이 대폭 후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상의, 젯밥에만 관심 있어”

서 지부장은 "노동부의 결정은 그간 대한상의의 국고손실 등 운영행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4년 산업인력공단에서 8개 공공직업훈련원을 이관받은 대한상의는 2003년 감각상각비충당비를 이용해 건물을 매입하고 임대사업을 추진하는 등 예산을 부적절하게 집행하다 2006년 노동부 감사까지 받고 건물을 매각했다. 그럼에도 대한상의는 수백억원의 매각대금을 노동부 요구대로 모두 집행하지 않았고, 결국 노동부가 민간전환을 통해 두 기관 간 연계를 단절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게 서 지부장의 주장이다.

당시 노조 위원장이었던 서 지부장은 대한상의의 행태를 그대로 두고 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사실 대한상의에 항의하고, 관련 내용을 국회에 알린 것은 바로 노조였다.
"그때 노조는 대한상의에 건물을 팔라고 요구했어요. 언론과 국회에도 적극 알렸죠. 당시 노동부는 대한상의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학생의 취업확대를 기대했지만 상의는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본사에 사무실을 둔 인력개발사업단으로부터 임대료까지 받았어요.”
서 지부장은 지난 15년간 대한상의가 맡은 인력개발사업단 운영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기본적으로 공공훈련을 담당할 만한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인력개발사업단에 임대료나 받고 내부 임직원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냈죠. 지난해에는 8개 인력개발원 중 2개(홍천·옥천)를 대한상의 연수원으로 쓰려다 직원들의 반발에 무산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건물을 매각한 대금으로 다른 건물을 사려고 합니다. 대한상의는 정부의 감시를 벗어나는 민간전환을 환영합니다. 제사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만 관심을 두는 격입니다.”

“정부 감시받는 공공훈련기관 유지돼야”

그래서 서 지부장은 더더욱 인력개발사업단을 민간으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력개발사업단을 민간훈련단체로 전환하면 기간산업의 인력육성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경쟁구도로 훼손된다는 것이다. 서 지부장은 “공공훈련에 대한 지원보다 국고를 남용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한상의가 노동부 감시에서 벗어나면 이윤추구에 골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지부장은 지난 15년간 5만명의 훈련생을 배출한 공공훈련기관이 민간으로 전환될 경우 더 이상 비진학·빈곤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기 어렵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우리 직원들이 가슴 아파하는 것은 어려운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될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알잖아요. 학생들 대부분이 밖에서 적응하지 못하다가 인력개발원에서 2년간 동고동락하면서 자신감을 되찾고 당당히 취업해 왔던 과정을요.”
실제로 정부가 운영하는 실질적인 공공훈련기관은 폴리텍대학과 대한상의인력개발사업단뿐이다. 서 지부장은 노동부가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수요자인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적어도 공청회를 통해 수요자인 중소기업의 의견을 들어는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중소기업은 우리 훈련생을 높이 평가합니다. 폴리텍대학과 비교해 차별성을 갖고 교육기간 2년 동안 정말 중소기업이 원하는 다기능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 지부장은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이름만 바꾸면 의미가 없다"며 "인력개발사업단을 민간으로 전환하는 시행령이 확정된다면 남은 것은 투쟁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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