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징을 꼽으라 하면 갈등과 대립이라고 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설립된 5천여개의 노조 중 갈등과 대립만을 반복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특징이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한 단면인 것 또한 사실이다. 노조라면 손사래부터 치는 사용자가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노동자들이 강도 높은 투쟁을 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은 '무노조가 경영철학'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은가.

특히 현 정부 들어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개정 등 많은 이슈를 두고 노사정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과 대립이 심화했다.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반려나 교사·공무원 시국선언에 대한 검찰 수사도 노정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화는 사라지고 힘의 충돌만 난무했다.

동아시아 노사관계 전문가인 팀 드 메이어 국제노동기구(ILO) 동아시아사무국 전문위원은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은 사회적 대화가 부족하다”며 "노동기본권 보장이나 노사관계를 지나치게 법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유연하지 않다는 뜻이다.

노사관계는 당사자인 사용자와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항상 말썽이 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 경직된 기준인 법률적 잣대만 들이댄다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면서 그 책임을 정부에 물었다. 이해관계가 다른 노사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면 정부가 중간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살펴보면 중간자 위치에 있어야 할 정부가 노동계의 대척점에 서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 노사갈등보다는 노정갈등이 심했다. 올해 초 한국을 방문했던 롤랜드 슈나이더 경제협력개발기구 노조자문위원회(OECD-TUAC) 선임정책위원도 "한국 정부는 노사갈등을 제도적으로 풀기보다는 힘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여당은 6·2 지방선거에서 패하고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국정운영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청와대도 사회통합수석실을 신설하면서 소통 강화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제3자 입장에서 평가할 수 있는 국제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말을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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