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빠르게 변화하지만 느림과 여유도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이러한 흐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적 성장에 머물렀던 한국 경제의 체질을 질적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직원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를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7일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 슬로우(Slow)'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스피드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특징일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압축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면서도 "최근에는 스피드 경영의 부작용과 한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슬로우 경영이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슬로우 경영의 부상 이유를 소비자의 욕구와 직원 가치관의 변화에서 찾았다. 세상의 빠른 변화에 소비자들은 반대로 속도를 줄이거나 과거로 회귀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고, 친환경·경쟁에 지친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 돌보기(감성)·몸 돌보기(건강) 등을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가치관 또한 일 중심적 근로관에서 벗어나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장시간 근로를 거부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에 "슬로우 트렌드의 부상은 기존 경영관행에 변화를 요구하는 위협요인이자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스피드 경영의 한계로는 △제품력 저하 △경영자원의 남용 △낮은 수준의 혁신 반복 △조직 구성원의 피로감 누적 등을 꼽았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는 △여유와 자율을 통한 창조성 제고 △휴식과 재충전 제도화를 통한 직원 만족도 극대화 △꼼꼼한 공정관리를 통한 품질혁신 모색 등을 제시했다.

연구소는 "한국 경제는 성장 위주의 정책을 통해 양적 발전을 이뤘지만 질적 측면에서 삶의 질 제고는 미흡했다"며 "슬로우 경영을 비용낭비가 아닌 기업 생산성·이미지 제고와 창조적 핵심 인재 유치, 즐거운 투자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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