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재해가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재해여야 한다. 또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업무수행성은 사용자의 지배 또는 관리하에 이뤄지는 노동자의 업무수행과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 과정에서 재해의 원인이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정규 근무시간 외의 행동은 그것이 업무를 위한 준비작업 또는 본래 업무의 마무리처럼 업무에 통상 따라오거나, 업무의 성질상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 아닌 한 일반적으로 업무수행으로 보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업무장소에서 업무시간 내에 발생한 사고라도 비업무적 활동 때문에 생긴 사고라면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택시기사가 운행 중에 우연히 부인을 만나 태우고 가다 교통사고가 났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부인 데려다 주다 교통사고로 사망

2004년부터 택시기사로 일한 양아무개씨는 지난해 7월 오후 8시 교대 근무자로부터 택시를 인계받았다. 양씨는 운전을 하다 오후 9시24분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아내를 10~15분 거리에 있는 직장까지 태워다 주기 위해 아내를 태우고 운전하던 양씨는 그만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에 있던 상가건물 모서리에 부딪히고 말았다. 양씨는 이 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다음달 새벽 사망했다. 양씨의 부인은 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공단은 그러나 “회사와의 근로계약에 따른 택시영업 중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벗어난 상태에서 사적행위 중에 발생한 사고”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했다. 이에 양씨의 부인은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의 주장은 “업무의 특성상 교대근무시간만 철저히 지키면 실제로 근무시간 중 업무수행을 어떻게 할지는 완전히 자율에 맡겨 있으므로 통상 근로자와는 업무수행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원고 “통상 근로자와 업무수행 방식 차이”

원고는 이어 “본인을 우연히 만나 직장까지 태워다 주려고 했던 것은 의도적으로 지속 반복된 것이 아니라 일시적이고 1회적인 우연한 행위에 불과하다”며 “이런 사정에 비춰 이번 사고는 업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주지법은 “근무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운전기사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며 “비록 형식적으로는 근무시간 내에 택시를 운행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택시회사 운전기사로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한 것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경우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단순히 근무시간 내의 택시 운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연의 업무인 승객운송과 전혀 관련이 없는 행위까지 업무의 개념에 포함시킬 수 없다”며 “운전기사의 근무시간 중 사적인 용무까지 업무상 행위로 볼 경우 사용자의 책임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돼 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 “사적인 용무, 업무상 행위로 볼 수 없어”

법원은 이어 “망인이 원고를 택시에 태우고 운행한 행위가 비록 우연히 단시간 내에 이뤄진 것이었고 외형상 근무시간 중 택시운전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택시기사로서 본연의 업무 및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수적 업무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비록 근무시간 중에 발생한 사고였지만 “회사의 지배·관리상태 바깥에 위치한 자의적이고 사적인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관련판례]

청주지방법원 2010년4월29일 선고 2009구합2097
대법원 2006년10월13일 선고 2006두7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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