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사용처가 분명하지 않더라도 해고사유는 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박아무개(41)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접대를 할 때 거래처 담당자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어 적은 액수로 나눠 결제하거나 거래처 주변을 벗어나 회식하기도 하므로 법인카드의 사용처나 날짜가 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박씨의 설명은 일부 수긍할 만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법인카드의 사용처 등에 다소 석연찮은 점이 있다 하더라도 업무와 무관하게 카드를 사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박씨의 해고 신청을 기각한 판정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2007년 7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한 전자회사의 국내영업팀장으로 일하면서 법인카드로 접대비 4천600여만원을 사용했다. 그러자 회사측은 “박씨가 카드지출 날짜를 허위로 기재한 사실 등에 비춰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한 것이 의심된다”며 지난해 2월 박씨를 해고했다.

이에 박씨는 사적으로 공금을 유용한 사실이 없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중노위는 “회사 공금의 유용과 관련해 투명하거나 정확하지 못한 행위는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비위에 해당한다”며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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