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인천에서 2명의 구청장을 당선시켰다. 울산 북구에서도 4년 만에 구청장을 탈환했다. 수도권과 경남에서의 선전은 비단 민주노동당만의 것이 아니라 진보정당 운동의 한 획을 긋는 성과로 볼 수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진보정치의 진지 구축에 한창인 3명의 구청장 당선자를 만났다.

[게재 순서]
1.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 당선자
2.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 당선자
3.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 당선자


윤종오(48) 울산시 북구청장 당선자의 정치 이력은 화려하다. 지난 98년 울산시가 광역시로 승격된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 처음 출마할 때부터 이번 6·2 지방선거까지 4번 연속 당선됐다. 출마하는 족족 당선됐던 셈이다. 98년에는 북구의원, 2002년과 2006년에는 울산시의원을 연임했다.

연전연승의 비결이 궁금했다. ‘왕도’는 따로 없었다. 처음 당선은 ‘바람’ 덕이었다고 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엉겁결에 나간 정치 신인이 당선됐으니, 바람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당선 이전과 이후 행보가 달라진 것은 분명했다.
윤 당선자가 착안한 것은 노동운동의 경험을 지역에 접목시키는 것이었다. 윤 당선자는 86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뒤 현대차노조에서 총무부장과 조직실장을 역임했다.
 
“노동조합 활동의 강점은 현장활동 아닙니까. 조합원에게 알리고 의견을 모으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잖아요. 그런데 구의원이나 시의원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 주지 않아요. 뭘 하는지도 모르니까, 답답하죠. 그래서 농협에 의정활동 게시판을 만들었어요. 소자보·대자보 활용해서 다 공개했죠.”

내리 4회 연속 선거 당선

그가 다음에 착수한 작업은 주민문화센터였다. 거창한 규모는 아니고, 전세로 사무실을 빌렸다. 문화센터에서 마을문고·어린이 글쓰기교실·할머니 한글교실·수지침교실이 열렸다. 심지어 재활용품 수거사업까지 했다. 또 ‘무룡탑주부대학’을 운영하며 접촉면을 넓히는 작업도 빠뜨리지 않았다. 윤 당선자는 “책을 빌리든, 재활용품을 가져오든, 글쓰기를 하든, 풍물을 배우든 주민들이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노력은 열매를 맺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시의원이 저절로 됐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내 경선은 물론 한나라당에서도 도전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언론에도 자주 얼굴을 내비쳤다. 구청장 선거 전에 언론에서는 조례안 대표발의나 시정질의, 5분 질의 횟수를 기준으로 의정활동 1위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윤 당선자는 “(덕분에)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6·2 지방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북구에서 민주노동당이 구정을 운영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 내지 못하고 진보정치 모델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썼다. ‘정권’을 한나라당에게 넘겨 준 원인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아마추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책을 현실화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윤 당선자는 “구청장의 개인 역량에 (구정 운영을) 맡겨 놓다 보니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정책을 지방정치에서 현실감 있게 접목하지 못했다”며 “현실적인 예산 문제랄지, 공무원 수용자세, 주민들이 어떻게 볼지를 고려하고, 크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뿌리 깊이 스며들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MB 연대’ 지속해야

북구를 탈환한 공은 ‘반MB 연대’에 돌렸다. 그는 “격전지였고 전국적인 흐름을 똑같이 탔다”며 “소통없이 무한질주하는 것에 대한 견제 분위기가 강했다”고 분석했다. 대세론이 초창기부터 형성됐고, 두 번의 후보TV토론 과정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자질론 시비까지 휘말렸다.

윤 당선자는 “단일화가 안 됐다면 선거는 7대 3 정도로 나오는 분위기였다”며 “단일화가 된 뒤 바로 대세론이 형성됐고 (표가) ‘쫙’ 모이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만약 울산시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가 단일화를 이뤘다면 석패한 중구와 남구에서도 승리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북구를 예로 들었다.

“북구청장이 되니까 시의원과 구의원 선거에서 탄력을 받은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에 북구에서는 시의원 3석, 구의원 4석을 얻었는데 이렇게 압승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남구와 동구 모두 1%포인트 내외 차이로 아깝게 졌어요. 시민들 눈으로 보면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은 같은 정당입니다. 이번을 계기로 어떤 형태든 당 통합에 물꼬를 터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정권을 잡아 좋은 세상 만들자는 것인데, 국민참여당 정도의 생각을 가진 사람은 같이해야 대중정당으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문턱을 낮추고 큰 틀로 묶어야 합니다.”

윤 당선자는 2012년 총선에서도 다시 ‘반MB 연대’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에 큰 경험을 했어요. 단일화 화두가 (어떻게) 전국적인 위력을 발휘하는지 확인한 셈입니다. 총선에서 단일화는 세 불리기의 주요한 수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차이를 극복해야죠. 아집만 가지고는 행정을 이끌 수 없지 않겠습니까. 몸집을 키우고, 시대적 요구가 있을 때 기회가 오는 겁니다.”

비정규직 사용 제한 조례로

윤 당선자의 공약에는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가 들어가 있다. 그는 “기초단체에서 전면 실시할 수 없지만 초석을 놓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친환경 무상급식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온 이유는 예산 때문이었다.

“한 끼에 식재료로 320원 정도가 듭니다. 초등학생만 지원하더라도 9억원가량 들어갑니다. 울산시 전체 초등학교로 하면 60억원이 드는데, 가용재원이 없는 상태에서 그것만 할 수는 없습니다. 낮은 단계라도, 할 수 있는 만큼 무상급식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윤 당선자는 "낮은 단계의 친환경 무상급식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급식센터를 설립하기로 했고, 친환경 식품을 식재료에 사용하지 않는 학교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성과가 있고 주민들 반응이 좋다면 다른 구에서도 따라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 당선자는 노동 문제 전문가다. 당연히 공약에도 고용안정 문제가 중요한 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와 관련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분위기만 만들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해 울산 북구가 모범을 보일 생각입니다. 각 지자체별로 보면 1년씩 상시적인 자리에 10개월씩 쓰고 바꿉니다. 그런 자리가 많아요. 북구만 해도 50여개 되고, 환경미화원도 반쯤은 직영으로 하고 반쯤은 위탁을 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준다든지, 시설관리공단을 만들어 고용된 사람에게는 정규직 수준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을 쓸 겁니다. 그거 하나만이라도 안착되면 다른 지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습니까. 예산이 들더라도 꼭 실현할 생각입니다.”

윤 당선자는 정규직 전환계획을 조례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기를 마치더라도 편법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제도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마침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북구의회 의원의 절반(6명 중 3명)을 당선시켰다. 행정개혁과 더불어 의회개혁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이다. 윤 당선자는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채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업무보고에는 하위직급 공무원의 참여도 보장하고 있다. 실무진의 의사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살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는 그는 오늘도 홈페이지를 방문한 이들에게 ‘곰돌이’라는 이름으로 하나하나 답글을 단다.
“파랑새님 오랜만이네요. 전처럼 가끔 좋은 작품도 올려주시지 ㅋㅋ 감사드려요^!^**”, “빨간장미님, 넘 고맙구여. 모임때 함오세요^^^”

[약력]
86년 현대자동차 입사, 현대자동차노조 총무부장·조직실장
99~2002년 제2대 북구의회 의원
2002~2006년 제3대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2010년~현재 울산시민과 함께하는 ‘풀뿌리의정포럼’ 대표
울산교육문화생협 운영/무룡탑주부대학 학교장
생활체육 북구탁구연합회 회장
울산 통일축구대회 대회장
울산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제4대 울산광역시의회 의원(교육사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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