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의 현실

우리나라는 헌법의 노동3권을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하면서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마련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에는 부당노동행위를 노동조합의 조직․가입․활동에 대한 불이익취급(제1호), 반조합계약의 체결(제2호), 단체교섭의 거부 또는 해태(제3호),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대한 지배․개입과 경비원조(제4호), 단체행동에의 참가, 기타 노동위원회와 관계되는 행위에 대한 불이익취급(제5호) 등 5가지로 유형화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해 법적 다툼이 되는 대부분의 사건은 노동조합의 조직․가입․활동을 대한 불이익취급(제1호)과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대한 지배․개입과 관련된 것이다.

위와 같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법원을 통한 사법적 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이와는 별개로 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위반으로 형사고소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은 사법적 구제보다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많이 이용해 왔으나 실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는 사건은 아래의 통계와 같이 매우 드물게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많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은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고, 심지어 부당노동행위 제도가 법에만 존재하는 제도로 인식하게 돼 그 이용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결과는 사용자에게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사업장에서 부당노동행위가 다양한 방법으로 벌어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법적 규범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2001년부터 10년 가까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제도를 대리하고 있는 필자도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은 사건은 손꼽을 정도이며, 대부분의 법률대리인들도 필자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한다.

2. 이번 사건의 개요

이번 사건은 필자가 노동위원회에서 대리를 한 사건으로 노동위원회(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지 못해 기각됐으나 항소심에서부터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부당노동행위로 확정된 사건이다. 이번 사건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노동조합 지부가 설립돼 있던 서울의 한 마을버스회사를 인수한 사용자는 고용승계의 의무가 있음에도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변경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려고 했고, 당시 지부장 갑은 조합원들과 함께 사업주의 불법행위를 막아보려고 노동조합에게 지원을 요청했으나 도리어 노동조합은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다. 이에 지부장 갑은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하는 산별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려고 지부총회를 소집했고, 사용자는 지부의 조직형태변경을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갑자기 버스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텔레비젼)을 판독해 지부장 갑의 운행 중의 행위(이동전화 사용, 배차시간 미준수, 무정차 통과)를 징계사유로 삼아 제대로 된 소명절차도 없이 지부장 갑을 해고했다.

3. 이번 판결의 시사점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① 노동자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해야 하고, ② 사용자가 그 노동자에게 불이익 처분을 해야 하고, ③ 사용자의 불이익 처분이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부당노동행위의사)로 해야 한다. 그러나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사용자는 불이익취급의 이유로서 조합활동이 아닌 다른 이유를 내세울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 때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의사가 인정되면서도 사용자가 주장하는 불이익취급의 이유도 일부 성립하는 경우에 부당노동행위의 성립 여부를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판례는 해고사유가 정당하면 부당노동행위의사가 추정되더라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고, 해고사유에 일부 부당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바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노동법학자들의 다수는 노동자의 조합활동과 사용자의 불이익취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그 조합활동이 정당한 이상 부당노동행위 성립을 긍정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대법원 판례도 부당노동행위의사와 관련해 그와 같은 의사는 사용자의 내심의 의사에 속하므로 그와 같은 의사의 존재는 사용자가 내세우는 해고사유와 노동자가 한 노동조합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의 내용, 징계해고를 한 시기, 사용자와 노동조합과의 관계, 동종의 사례에 있어서의 조합원과 비조합원에 대한 제재의 불균형 여부, 종래의 관행에 부합하는지 여부, 사용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언동이나 태도 등 기타 부당노동행위의 의사를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제반 사정 등을 비교‧검토해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1991.4.23 선고 90누7685 판결)하고 있듯이 사용자의 내심의 상태인 부당노동행위의사는 직접 증명할 수 없으므로 여러 가지 간접사실로부터 추인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의사를 적극적인 반조합적 의도 내지 동기로 한정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불이익취급이 노동자의 정당한 조합활동 등을 이유로 이루어졌다는 측면에서의 관련성에 불과하며, 따라서 사용자가 노동자의 조합활동 등의 사실을 인식한 후에 그것과 관련해서 불이익한 취급을 한 것으로 인정(추인)되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이번 사건이 노동위원회에서 기각된 것처럼 대부분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사건에서 부당노동행위의사에 대한 판단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하거나 입증책임의 문제로 보아 기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당노동행위의사는 사용자의 불이익취급에 대한 여러 가지 정황으로 추인된다는 이번 판결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가 헌법상의 노동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됐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한편 사용자는 지부장 갑을 이번 사건과는 별개의 징계사유로 다시 해고하고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의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이유로 최초 해고사건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재심신청이 기각됐으므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해 구제실익이 없다고 항변했으나 이번 판결에서는 기존 여성노조 사건의 판례(대법원 2004.2.27 선고 2001두8568 판결)와 같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의 규정은 일정한 사용자의 종속관계를 조합원의 자격요건으로 하는 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사용자로부터 해고됨으로써 근로자성이 부인될 경우에 대비해 마련한 규정으로서, 이와 같은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원래부터 일정한 사용자의 종속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동조합 둥의 경우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게 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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