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폐업·해고 등으로 실직하게 되면 여성이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별거·이혼의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석은 지난 12일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서강대학교에서 개최한 하계 학술대회에서 제기됐다. 서울대 경제학부 박사과정에 있는 박용현씨는 ‘실직이 혼인상태에 비치는 영향’ 논문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박씨는 이번 논문에서 한국노동패널 1~10차년도 조사자료를 재분석했다.

박씨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실직 발생 1~2년 뒤에 이혼·별거 등 결혼해체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여성은 실직으로 인한 영향이 초기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5년 뒤에 결혼해체 위험이 2.8배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직을 폐업·부도와 해고로 분류해 조사한 결과 남성은 두 유형의 실직이 모두 1~2년 뒤에 결혼해체 위험을 3배 이상 증가시켰다. 여성의 경우 폐업·부도는 전 기간에 걸쳐서 결혼해체의 위험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해고는 실직 발생 1~2년 뒤에 결혼해체 위험을 3배 증가시켰고, 5년 이후에는 3.6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실직이 혼인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큰 것은 가정에서 기대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성은 가계부양과 같은 경제적인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에 실직했을 경우 혼인상태 유지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여성은 실직하더라도 가사노동이나 자녀양육 같은 비경제적인 역할이 높아지면서 경제적인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씨는 “남성의 경우 구체적인 실직사유별로 결혼해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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