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거래행위 적발 및 법적대응의 의의

대주주의 친인척이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는 경우

대주주의 친인척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규정하고 있는 기업의 내부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대주주와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에 대해 특정 유가증권의 매매를 금지시키는 것은 과도한 법의 집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과 대주주 친인척의 관행에 따르면 대주주의 친인척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주주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설하도급·청소용역·IT관련 용역·식당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들의 지위를 무시하지 못하며 때로는 공식적인 지위는 없더라도 기업의 인사에 관여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있다. 더 나아가 고문이나 자문 등의 형식으로 기업의 업무에 관해 미공개정보를 취득하는 경우가 있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행위들을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
 
실제로 대주주의 친인척들은 경영권방어를 위한 지분매입에 자신들의 이름을 빌려주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어떠한 형식으로든 보상을 해야 하는 대주주의 입장에서 끊을 수 없는 관계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작정 대주주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으로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는 없지만 이를 이용해 시장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는 근절해야 할 것이다.
 
협력사 임직원들의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경우

대기업 협력사 임직원의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협력사의 경우 대기업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협력사 임직원의 차명계좌는 언제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내부의 명확한 제보나 증거 없이 수사기관에서 계좌를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금융기관의 일선 영업점에서는 이러한 차명계좌들이 비밀리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56)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시세조종이라고 하면 ‘작전’이라는 말로 대표된다. 시세조종은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논리였으며 주식시장은 일확천금과 인생의 한방을 꿈꾸는 자들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이러한 행위가 완전히 근절되지 않았다. 시세조종은 말 그대로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여 특정인들이 이익을 취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행위에는 어떠한 유형이 있을 수 있을까.
 
저가에 물량을 매집한 이후 시세를 분출하는 행위

장기간에 걸쳐서 저가에서 물량을 매집한 이후 단기간에 시세를 올려 일반인들의 매수가 집중될 때 물량을 처분하고 이익을 실현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이 방법은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기능으로 인해 현격하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거 장기적인 시세조종의 개념에서 단기적인 개념으로 전환됐을뿐 시세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자본금이 작고 유통물량이 적은 기업의 주식이 시세조종의 대상기업이 되며 간혹 대주주와 짜고 벌어지기도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176조(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에는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릇된 판단을 할 목적으로…”라고 시세조정의 위반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시세조종 등이 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확증을 갖기 위해서는 이러한 행위를 하는 자의 목적이 명확해야만 법적인 처벌이 가능하다. 시세를 조종하는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자신 또는 일부 특정인들의 이익을 위해 불특정 다수인들에게 시장가격에 대한 그릇된 판단을 유도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일정한 가격에 시세를 고정시키는 행위
 
최근 경영권방어에 관한 사항이 중대한 이슈가 되면서 기업들은 상호주식을 교환하거나 자사주매입을 확대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중공업과 KCC, 부국증권과 귀뚜라미보일러, 현대증권과 KB지주 등이 상호지분을 교환함으로써 경영권을 안정화시키고 있다. 또한 현대상선과 같은 경우 자사주 매입의 확대를 통해 경영권을 안정화 시키고 있다.

단순히 주식을 교환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행위는 정당한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정부분의 지분을 외부에 보관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경우 일정한 가격을 유지해야 하는 파생상품계약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경우에 단기적으로 인위적인 가격의 조작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시세를 높이거나 아니면 고정시키는 경우 등 다양한 형태의 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는 기업내부에서 은밀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적발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경영권이 안정되지 않은 기업의 행태나 공시사항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는 그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내부자거래를 통한 시세조종

최근 금융범죄행위는 시세조종이나 내부자거래가 각각 발생하는 경우보다 상호복합작용 속에서 발생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시세조종을 할 때 일반인들에게 물량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정도의 정보(good news)는 필요한 것이다. 이는 내부자들의 적극적인 협조 내지는 참여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간혹 내부자의 정보없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허위사실 유포 등의 행위가 되는데 어쨌든 물량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재료가 필요한 것은 사실인 셈이다.
단순한 시세조종은 이제 주식시장에서 찾아볼 수가 없으며 그 만큼 시장참여자나 범죄인들도 지능화돼가고 있다. 파생상품의 활성화로 인해 시장에 대한 교란이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복잡한 형태의 시세조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불공정거래행위의 인지 및 적발

미공개중요정보이용과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사후 법적인 조치를 취하려면 이러한 행위의 진행상황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매우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적발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사전에 충분한 신호를 주므로 시장감시기능을 확대해 이를 파악해야 한다.
 
시장참여자의 제보 유도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일반인들에게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불공정거래 행위가 은밀하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증권회사 직원과 접촉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어떠한 형태로든 정보는 유출되기 마련이다. 범죄행위를 인지한 증권회사 직원이나 그 주변의 일반인들은 이 사실을 통보하고 수사의뢰할 곳을 찾게 되는데 현실적으로 이들의 민원을 해결할 만한 곳이 적당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도 금융감독원이 가장 일반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기관이라고 판단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1차적으로 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이지만 그간의 금융감독원 행태를 고려할 때 조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얼마 전 삼성그룹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은 이를 수수방관했다. 금융감독원은 퇴임한 고위 직원들을 금융기관 등의 감사로 보내는 경우가 있어 이들과의 유착관계로 인해 조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불공정거래 행위와 관련해 진정을 제기한다 하더라도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으로 수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입증 등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진정인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세조종 등의 행위를 파악하고도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시장에서 불공정거래행위를 제보받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 현재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이들의 경우 개별기업의 행위보다는 시장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행위에 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개별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 연대 또는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해 주는 조직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전면에 나설 수 없다 하더라도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다. 어쨌든 시장참여자의 제보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주주지분이 취약해 경영권분쟁이 발생하는 기업의 주가흐름에 대한 검증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가장 큰 화두로 대두됐던 테마가 바로 인수합병(M&A)이다. 실제로 적대적 M&A가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지만 지금까지도 이러한 시도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일단 지분이 취약한 대주주가 경영권의 위협을 느끼면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상대편과 충돌하게 되고 필연적으로 주가는 상승한다.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
 
지분이 취약한 대주주는 일단 부족한 자금력을 보완하기 위해 회사의 자금을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자사주를 이용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은 없지만 언제든지 우호세력에 지분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M&A 방어에 자주 이용된다. 하지만 M&A 방어를 위해 사용되는 자사주 매입은 사실상 불법이다. 따라서 대부분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해당기업은 ‘주주가치 제고 등’의 엉뚱한 공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이러한 행위의 진정한 의도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대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사주를 매입한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다. 단지 이를 규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뿐이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법 이외에도 별도의 계약을 통해 지분매입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의 대주주는 해당기업의 명의나 자산을 담보로 손실보존에 대한 약정을 하기 마련이다. 물론 손실이 발생해 기업이 파산한다면 대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의 자금을 임의로 사용한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자사주 매입방법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유형의 범죄행위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것뿐이지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주주의 행위는 대부분 공시사항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면 그 흐름이 어느 정도 확인된다. 대주주와 그 우호세력 그리고 반대세력의 지분변동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면 대략 주가조작에 대한 내용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다.

불공정거래행위 증거자료 수집방법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및 시세조종의 증거자료를 수집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는 내부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부자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최소한 주변에서 이러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이들이라도 찾아야 한다. 모든 증거자료 수집은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부자나 이에 준하는 자가 확보됐다고 해도 이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언제(when)·어디서(where)·누가(who)·무엇을(what)·어떻게(how)·왜(why) 등의 방식으로 하나씩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누가(who) 이러한 일을 했는지에 대해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건과 관련된 자에 대해 한명도 빠짐없이 인적사항을 기록해 둬야 한다. 검찰에 고발하고 조사받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이들 중에 불공정 거래행위를 주도한 자에 대한 인적사항과 누가 가장 많은 이익을 실현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증거를 확보하는 일은 수사기관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현실은 다르다. 고소 또는 고발한 자가 어느 정도는 명확한 증거나 논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최소한 수사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다면 법원으로부터 기각되지 않아야 한다. 최근 법원의 영장발부 기준이 매우 엄격해진 관계로 이를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증거자료를 수집할 때 가장 중요한 내용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계좌내역에 대한 명확한 입증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개인의 계좌내역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며 아무리 내부자라고 해도 이 법을 피해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거래내역이나 잔고현황 등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좋은 증거 수집방법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이 경우 어느 금융기관에 어느 지점에서 누구의 명의로 계좌가 개설돼 있는지만 명확하게 파악해도 대단히 중요한 증거자료가 된다.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자료 수집은 대단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느 곳에 증거가 있는 점만이라도 명확히 한다면 나머지는 수사기관에 맡기면 될 것이다.<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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