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의 IT는 사람의 심장과 같습니다. 자기 심장을 떼어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투자증권 노사가 IT부문 아웃소싱(외주화)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회사는 IT부문 중 장비·유지보수부문을 우리금융그룹의 IT자회사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WFIS)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이달 30일 외주화 관련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외주화의 주된 목적은 비용절감과 효율성 제고다.

노조는 IT 외주화에 따른 노동조건 하락과 경쟁력 저하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는 서울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본점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 간부 4명은 4일 컨테이너를 철거하려던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8일 오전 여의도 노조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구희득(49·사진) 우리투자증권노조 위원장은 “우리금융그룹의 IT외주화 전략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IT 외주화가 효율성 제고?

우리투자증권의 IT부서 직원은 총 200여명이다. 이 가운데 140여명이 정규직, 60여명은 외주인력이다. 이 중 노조 조합원은 정규직 관리직과 외주인력을 제외하면 130여명이다. 우리투자증권의 IT부서는 개발부문과 장비·유지보수부문으로 나뉜다. ‘우리투자증권 IT인프라 통합운영 방안’에 따르면 회사는 개발부문을 제외한 장비·유지보수 부문을 우리금융그룹 내 IT자회사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에 외주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부문 직원 31명을 다음달 1일 우리금융정보시스템에 파견을 보내고, 올 연말 우리금융투자로 복귀하거나 우리금융정보시스템으로 전직 신청을 받겠다는 것이다.

구 위원장은 “철저한 조사나 분석 없이 외주화하면 효율화된다더라는 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다른 증권회사 실무자를 통해 확인해 보니 효율화에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외주화 철회 사례도 잇따라

증권회사 중에서는 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메리츠증권·한국투자증권·하나대투증권·SK증권 등이 외주화를 마쳤거나 추진 중이다. 하지만 비용절감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외주화를 철회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인 NHN은 2004년 한국IBM과 외주화 계약을 체결한 뒤 전산장애가 잇따르자 2006년 계약을 해지했다. 90년대 중반 IT외주화를 완료했던 삼성증권도 최근 아웃소싱을 인소싱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회사인 JP모건은 2006년 당시 IBM으로 외주화했던 4천여명의 직원을 회사 안으로 불러들였다.

특히 우리금융그룹이 민영화를 앞둔 상황에서 우리투자증권의 기업가치 훼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회사가 증권사의 핵심이라는 IT부문을 외주화해 분리매각될 경우 기업가치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외주화하면 경쟁력 약화될 것”

우리투자증권은 비용을 절감하면서 수준 높은 질을 제공하는 외주화 계약인 SLA(Service Level Agreement)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구 위원장은 “SLA계약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계약”이라며 “증권회사의 고속도로망으로 불리는 IT부문이 외주화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속도와 안정성이 중요한 증권사 IT부문에서 같은 회사에서 전화나 메신저 등으로 해결했던 일들이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각종 문서로 해결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은행·보험·카드업과 다르게 증권업은 시간을 반영한 상품인 주식·선물·옵션이 주요 수익원이다. 촌각을 다투는 증권사에서 전산장애는 고객이탈과 손해배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IT부서 직원들에게 대리 승진요건으로 정보처리기사 자격증과 함께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요구하고 있다. 증권업종의 특성을 모르고 증권사 IT업무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 위원장은 “증권사의 핵심 중의 핵심인 IT를 외주화하는 것은 무책임한 경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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