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위기를 거치면서 30대 그룹 중 16개가 그룹해체나 법정관리·화의·워크아웃 등으로 재벌 반열에서 탈락하는 등 재계 판도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살아 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은 각 그룹들로 하여금 냉혹한 구조조정과 함께 후계구도의 조기 가시화·전문경영인의 대거 영입을 유도했다. 삼성·SK·롯데 등 10개 이상 그룹의 후계구도가 분명해진 상태. 지난해부터는 3세와 4세대 후보군들에 대한 주식증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분이동은 물론이고 30대 후계자들의 경영일선 전진배치도 가속화하는 추세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아들 재용(33)씨는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박사과정을 마치고 조만간 삼성 계열사 경영 참여를 기정사실화한 상태.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 상무보로 복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삼성측도 적극적인 부인은 않고 있다.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 최태원(41) SK㈜ 회장은 올 들어 국내외 활동이 부쩍 잦다. 지난 1월 25일부터 30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31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 참석했고, 그에 앞서 한국고등교육재단 신년회에도 참석하는 등 ‘얼굴 내비치기’에 바쁜 편.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 의선(31)씨는 지난 1월 상무(구매담당)로 전격 승진했다. 구매분야는 흔히 오너가 가장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는 현대자동차의 핵심업무.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전무도 기아차 구매담당 본부장으로 임명돼 양사의 핵심부서를 ‘패밀리’가 장악한 셈이 됐다.

한국중공업을 인수, 일약 재계 선두그룹에 올라선 두산은 4세대 경영자 후보군들이 전진배치되고 있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원(39)씨는 두산상사 부사장으로 경영자수업에 열중하고 있고, 차남 지원(36)씨도 지난달 자동차BU장 상무를 맡아 경영전면에 올라섰다.

효성 조석래 회장의 아들 3명은 모두 ㈜효성 전략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장남 현준(33)씨가 전무, 변호사인 차남 현문(32)씨가 상무, 삼남 현상(30)씨가 이사 직함을 달고 그룹 전반의 기획·재무업무 일을 배우고 있다.

롯데그룹 신동빈(45) 부회장은 신격호 회장의 차남. 장남인 동주씨는 일본롯데에 관여하고 있고, 동생인 동빈씨가 한국롯데를 맡는 구도로 재계에 알려져 있다. 97년부터 그룹 부회장을 맡아온 신 부회장은 최근 전경련 부회장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의 경우 이명희 회장의 외아들 정용진(33)씨가 지난해 상무에서 두 단계 승진, 지금은 경영지원실 부사장으로 재직 중. 그러나 아직 경영에 깊게 관여하지 않으면서 경영수업을 받는 정도라는 게 신세계측의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정몽근 회장의 장남 지선(30)씨는 98년 하버드대 MBA를 마치고 귀국한 후 현대백화점 기획실에서 차장으로 근무하다 올 들어 기획실장(이사)으로 승진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쌍용 김석원 회장의 장남 지용(28)씨는 99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 지난해 용평리조트 이사로 입사했다. 해외부문 마케팅·홍보 담당인 그는 요즘 용평리조트 장기개발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다.

창업 2세대 4형제가 모두 경영일선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하는 금호그룹은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재영(31)씨만이 금호석유화학지분(1.32%)을 갖고 있는데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40) 회장은 지난 99년 3월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때 경영권을 이양받았으며, 최근 현대산업개발 그룹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 현대PC엔지니어링·현대엔지니어링프라스틱·I-서비스 등 9개의 계열사들이 그룹 분리 이후 만들어진 업체들이다.

재계 17위인 대림그룹은 이준용 회장의 장남 이해욱(33) 상무가 그룹 기획업무를 맡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그룹 안에서도 그의 역할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게 처신한다고.

영풍그룹은 장병휘 ㈜영풍 명예회장과 고 최기호 고려아연 회장이 공동으로 창업, 지금은 2세에게로 경영승계가 이뤄져 있다. 양가 2세들이 계열사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데, 고려아연은 최창걸·창영·창근 등 최씨 집안이 경영을 맡고, 영풍산업과 ㈜영풍은 장씨 집안이 경영하고 있다. 최씨와 장씨 집안 3세들 가운데는 장철진 영풍산업 회장의 장남 세욱씨가 영풍산업 전무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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