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상반기에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이 벌어졌다. 정부·여당은 기간제 노동자들이 해고위기에 놓인다며 법 개정을 밀어붙였고, 야당은 추미애 환노위원장을 중심으로 반대했다. 환노위는 여야 간 입장차만 확인한 채 공전됐다.

하반기에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를 명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이 화두였다. 노·사·정이 각각 맞부딪혔고, 여야의 의견도 엇갈렸다. 논란 끝에 추미애 위원장이 중재안을 냈지만, 이번에는 야당이 반대했다. 급기야 야당 출신 위원장과 여당 의원들이 회의를 열어 노조법을 처리하고, 야당 의원들이 “날치기”라고 반발하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지난해 말 링거로 버텨”

여야 의원들이 전장에 나서 전투를 치르면, 전장 주변은 환노위 전문위원실이 맡아 정리한다. 전문위원실은 법안과 관련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고, 공청회를 비롯한 모든 회의가 원활하게 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정치 일정은 지원병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다. 회의가 내일 갑자기 잡힐 수도 있다. 시간을 느닷없이 연기하거나 앞당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원창희(54·사진) 환노위 전문위원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뒤로 내내 긴장상태였다”는 원 전문위원은 지난해 11~12월에는 아예 링거를 맞고 살았다. 비정규직법 논란에 이어 국정감사가 열렸고, 임태희 노동부장관 인사청문회를 거쳐 노조법 개정 논쟁이 절정으로 치닫던 때였다.

그는 “국회 사무처가 일부러 이런 일이 생길 것을 알고 (자신을) 뽑은 거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국회 고위직 개방형 공모제에 응모해 국회에 들어왔는데, 사무처가 환노위 사정을 알고 노사관계 전문가를 쓴 것 아니냐는 푸념이다. 고위직 개방형 공모제는 18대 국회 들어 처음 2개 상임위에 한정해 시범적으로 이뤄졌다. 오랜 기간 강단과 노동위원회에서 노사관계 이론과 실무를 경험했던 그로서도 “링거로 버텨야 할 상황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사무처의 선택이 옳았다고 볼 수 있다.

"노조법 조금씩 보완해 나가야"

추 위원장의 중재로 개정된 노조법에 대해서는 “각계의 의견을 수용하려고 많이 고민하고 작용과 반작용으로 어렵게 만들어 낸 차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원 전문위원은 “일방의 주장을 모두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나라 노사정이 현재 세력관계에서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안이라는 설명이다.

“개정된 노조법은 완성된 것이 아니고 새로운 장을 여는 시발점입니다. (노사관계를) 새롭게 다잡아 나가는 출발점으로 볼 수 있어요. 10~20년 지나면 부족하다고 느낄 겁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서 이 정도라도 만들었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환노위원장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시스템 내에서 최대한 노력을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지금이 60점 정도 된다면 운영하면서 70점, 80점, 90점까지 높이면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뒷받침하는 노조법이 되지 않겠습니까.”

개정된 노조법이 합리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가 “‘올 오어 낫씽’(전부 아니면 전무)은 없다”며 했던 말이다.

“근면위 너무 조급하게 결정”

원 전문위원은 그러나 지난 1일 근로시간 면제한도(타임오프 한도)를 표결로 정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대해서는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어머니(국회)에게 보여 주기 싫어 성급하게 밀어붙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근면위가 국회에서 한 번 더 논의하는 자체를 두려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 전문위원은 입법자의 의도에 대해서는 의미심장한 해석을 내놓았다.
“상급자나 제3의 인물이 던진 최선의 안과 구성원이 고민한 차선의 안이 있다면 차선의 안을 선택해야 합니다. 자기의 의견과 시간과 마음이 차선의 안에 심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그런 과정을 지키는 것입니다. 어떤 이해관계자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시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1996년 말) 노동법 파동이 그랬습니다.”

[약력]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박사(88년)
한국노동교육원 교육개발실 교수직1급(95~2009)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 겸임교수(2005~2007)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2007~2009)
경실련 (사)갈등해소센터 이사(2008~2009)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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