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보다 더 잔인한 이른바 4대부문 구조조정이 공공·노동을 마지막으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왜곡된 이데올로기가 3년간에 결쳐 온 나라를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는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와 실업 그리고 기업비효율의 심화 및 대폭적인 공공서비스의 축소만 남아 있다.
공기업 구조조정의 경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완벽한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첫째, 구조조정의 방향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공기업 문제의 핵심은 '의사결정 과정의 비합리성'이다.
공기업은 국민혈세를 집행함에 따라 그 투자결정은 철저하고 완벽한 준비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하여 대부분의 공기업들은 투자의사 결정을 위한 내부 위원회를 운영하여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밀한 심사를 거쳤다 하더라도 청와대의 전화 한 통화로 그 결정이 바뀌거나 정치권의 압력으로 투자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이에 따라 당해 기관의 수십년치 인건비를 날리거나 잘못된 사업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사업비가 마약주사처럼 계속해서 집행되었다. 낙하산 사장들은 극히 미미한 경영자율권마저도 스스로 포기하여 부당한 압력에 항거하기는 커녕 외풍을 타고 내각이나 국회로 승천하는 꿈만 꾸고 있었다. 이와 같은 핵심문제는 전혀 도외시한 채 정부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방향을 무조건적인 민영화·퇴직금 누진제 폐지·획일적인 인력감축 등 엉뚱하고 피상적인 대책으로 일관하였다.

둘째, 계획 수립이 너무나 급작스럽게 그리고 졸속적으로 이루어졌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계획은 '공기업민영화계획'('98.7.4)과 '공기업민영화 및 경영혁신 계획'('98.8.5)으로 발표되었는데 이는 불과 3개월만에 확정된 것이다('98.4.17 관련 부처에 공기업 관련 자료제출 요구로 시작). 이는 공기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볼 때 군사정권보다 훨씬 더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탁상행정의 표본이었다. 단시일내에 졸속적으로 수립된 계획이 합리적일 턱이 없고, 청와대와 여당의 충실한 시녀로 전락한 채용직 민간전문가들은 정통관료들보다 더 맹목적으로 밀어붙였다.

셋째, 구조조정이 철저하게 약한 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었다.

공기업은 인건비 비중이 극히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할 의도로 인력감축에만 혈안이 되어 왔다. 2000년까지 공공부문인력을 18.7% 감축하는 과정에서 공기업은 25.1%, 산하기관은 22.9% 등이었던 것에서 보여지듯이 약한 자들은 철저하게 희생되었다(중앙부처 13.2 %, 지자체 17.0%). 법원의 경우 오히려 인원이 대폭 늘어났지만 정부는 커녕 언론들도 철저하게 침묵하였다.

일부 관료들과 관변학자들이 주도한 잘못된 구조조정 정책은 앞으로 엄청난 부담을 낳게 될 것이고 국민들은 향후 수년간 그 후유증에 두고두고 시달릴 것이다. 이들 부실 공기업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청문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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