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부가 46명인데요. 한 달에 10~15번씩 출연을 하던 사람도 요즘엔 한 달에 1~2번밖에 출연을 못하고 있어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문계순(55·사진) 전국보조출연자노조 위원장은 “단체협약에 조합원을 우선 출연시킨다는 조항이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비 입금 현황을 보면 그의 말이 금방 와 닿는다. 현재 조합원은 1천여명인데, 노조에 입금되는 조합비는 한 달 평균 50만원이 채 안 된다.

지난해 노조 결성 후 처음으로 기획사들과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조합원의 급여 1%가 조합비로 공제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입금된 조합비는 총 520여만원. 한 달 평균 47만원에 불과했다. 기획사별 한 달 평균 채용인원도 47명이 고작이다. 문 위원장을 비롯한 사무국장·지도위원은 모두 무급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2006년 10여년간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보조출연자의 길에 뛰어들었다. 그가 출연한 텔레비전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보조출연자를 관리하던 기획사의 ‘진행반장’이 연로한 보조출연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 사무실이 없어 여의도 일대를 떠돌았다는 문 위원장은 당시 출연한 영화 ‘황진이’에서 스님역할을 맡았다. 삭발을 하고 받은 250만원은 신길동의 쪽방을 노조사무실로 얻는 데 종자돈으로 썼다. 그 이후 6번의 이사를 거쳐 지금의 사무실에 정착했다.

노조는 2007년 한 조합원이 산업재해를 당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한 것을 계기로 2008년 서울행정법원,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에서 보조출연자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단체협약에 이어 올해 임금협약을 체결한 문 위원장의 다음 과제는 조합원들의 복지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보조출연자들은 보통 새벽에 방송사에서 버스를 타고 촬영장소로 출발하기 때문에 그 전날 대중교통 막차를 타고 방송사에 도착합니다. 새벽까지 마땅히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탤런트에게 대기실이 있는 것처럼 보조출연자들에게도 사랑방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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