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기업노조연맹이 지난달 13일 설립필증을 받았다. 도로공사노조(위원장 정화영)·수자원공사노조(위원장 장병훈)·토지공사노조(위원장 고봉환)·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위원장 강용규) 등 4개 노조가 한국노총 공공연맹을 탈퇴한 뒤 연맹 출범을 주도했다. 연맹은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인 민영화, 통·폐합, 기능조정, 효율화 등이 일방적·강제적으로 추진되면서 공기업의 사회적 공공성이 심각히 훼손되고 있다”며 “선진화 정책에 적극 대응하고 공기업 역할을 재정립하고 바로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달 30일 경기도 분당 도로공사노조 사무실에서 정화영(54) 연맹 대표공동위원장을 만났다. 정 위원장은 도로공사노조 지부장과 지역위원장을 거쳐 2008년 위원장에 당선됐다.

“더 이상 앉아 당할 수는 없었다”

- 공공연맹을 탈퇴하고 공기업연맹을 출범시킨 이유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을 통해 전체 공기업이 잘못인 양 획일적인 잣대로 통제하고 단체협약 개악을 통해 노조를 무력화시켜 왔다. 이럴 때 공기업노조가 의지할 곳은 상급단체뿐이었다. 그래서 어려워도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속해 있던 공공연맹의 대응을 보면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했다. 노조위원장으로서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었다.”

- 공공연맹 내부에서 노력할 수도 있지 않았냐는 비판도 있다.
“공공연맹은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지방공사·민간기관 등 다양한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대응 과정에서 공기업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사실 공공연맹 소속 노조 위원장들은 다 알 것이다. 동정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 공공연맹 홈페이지 가 보면 그동안 공기업노조 위원장들이 한 발언이 다 나와 있다. 각종 회의체에서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개선의 여지가 없었다. 하도 답답해서 공기업노조끼리 기획재정부나 청와대를 찾아가기도 했는데, 공공연맹은 개별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개선 요구에도 복지부동하는 지도부의 행태로 인해 내부개혁을 통해 바꿔 놓기에는 너무도 많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연맹을 만드는 길을 택했다.”

“일률적·획일적 선진화정책 폐해 크다”

- 도공·수공·토공·인천공항 등 4개 노조가 앞장선 배경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에 대한 파상공세에 대해 이해관계가 같다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했다. 4개 노조는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이다. 이해가 같고 마음이 맞았다.”

- 공기업 선진화정책의 문제점과 이로 인한 폐해는 무엇이라 보나.
“가장 억울했던 것이 공기업의 특색과 전문성을 무시하고 일률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었다. 자구노력을 한 공기업이나 그렇지 않은 공기업이나 모두 똑같이 인력감축·초임삭감에다 경영평가 인센티브를 일방적으로 삭감했다. 자구노력에 대한 이해나 보상이 전혀 없었다. 당시 개인적으로 도로공사노조 위원장 중 임금 10% 삭감하는 데 최초로 사인했다. 그날 저녁 집에 들어와 눈물을 흘렸다. 조합원에게 부끄러웠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가의 공공정책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공기업 본래 설립목적을 고려해 개별적 맞춤정책을 펼쳐야 한다.”

“공기업노조 대상 조직확대 박차”

- 22개 공기업노조를 대상으로 조직확대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연맹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가 조직확대다. 4개 노조 위원장들이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있다. 곧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이해관계가 동일한 공기업들이 하나로 뭉쳐야만 실질적인 사용자인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공기업이 잘 버텨야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들을 함께 지키고 민간부문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노조는 같이하는 것이다. 때가 되면 공기업 유관기관까지 확대할 생각이다.”

- 상급단체 가입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 상급단체에 대해 결정한 바 없다. 한국노총 소속만이 아니라 민주노총 소속 공기업노조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직을 최대한 키우는 게 우선이다. 연맹 구성원들이 잘 협의해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상급단체를 정할 것이다.”

- 새로운 공공부문 노동운동을 표방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흔히 공기업이 신의 직장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공기관이 제 기능과 소명을 다할 때 올바른 공공정책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노조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너무 어려웠다. 이제 연맹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일치단결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공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이다.”

“표준연봉제 도입되면 공공노사관계 붕괴”

- 노사관계 감사와 표준연봉제·표준임금피크제 도입 논란이 한창이다.

"성과급 차등지급이나 표준연봉제가 도입되면 공기업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노사관계 전체가 붕괴된다. 정부가 임금을 정하겠다는 것은 임금협약을 없애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노조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겠다는 발상이다.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표준연봉제 카드를 서랍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정부가 언제 이 카드를 꺼낼 지 걱정이다. 앞으로 정책적 대안을 만들고 연대해 이를 막아 내는 데 앞장설 것이다. 현재 정책토론회를 준비하고 있고, 정책대안도 만들고 있다. 양대 노총과 공기업노조들이 함께 막아 낼 것이다. 공공부문 교섭기구 설치도 제안할 것이다."

-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결정구조는 문제가 많다. 전국적인 사업장을 가진 공공기관의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타임오프 도입은 공공기관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무력화시킬 것이다. 이럴 때 양대노총은 배수진을 쳐야 한다. 자칫 노조 역할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연맹은 차이를 넘고 어려운 이를 이해하는 민주적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다. 차이를 넘어 소통한다면 연맹은 틀림없이 노동운동 역사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를 버려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언제든 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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