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여 경찰력 겹겹이 촘촘했던 지난 28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 그 길에 촘촘히 걸린 천안함 희생자 추모 현수막이 비에 젖어 묵직했다. 100년 만에 가장 추웠다던 이날, 생존권 외친 파업 투쟁은 된서리를 피할 수 없었다. 보수언론은 "눈물도 인정도 없다"며 노조를 힐난했다. 허황된 수사, 강요된 눈물은 불편한 진실을 가린다. 참사는 건설현장에 언제나 많았다. 지난해 산재사망 606명, 하루에 두 명꼴로 죽어 나갔으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으뜸, 산재왕국 오명이 내 조국의 다른 이름이다. 죽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보자며 결성한 노동조합이 정부의 시정요구 앞에 좌초하니 총파업은 생존의 방편이었다. 기억도 다 못할 수많은 죽음 앞에 눈물도 말라 없지. 빨간 띠 두른 늙은 건설노동자는 밥값이며 목숨값을 외쳤다. 하루 8시간 노동 쟁취 소박한 외침도 따갑던 빗소리에 묻혔으니, 결국 넘지 못한 건 폴리스라인 너머 근조 현수막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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