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운송차주·골프장캐디·학습지 교사 등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에 위치한 자들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일반 근로자들과 같이 특정 사업주와 계약을 체결하지만, 고용계약이 아닌 도급·위임 등 특수 형태의 계약을 맺고 그 받는 보수가 고정적인 부분은 없거나 적고 실적∙성과에 비례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다수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계약 당사자 간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불공정 계약의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그 결과 이들은 근로자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해고의 제한, 연장·야간·휴일근로의 제한과 가산임금 지급의무, 연차휴가 부여의무, 임금채권 최우선보장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매우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판례는 개별적인 사안마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이들의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1. 당해 운송차주의 근로제공 실태

운송차주 A는 영업용 1톤 화물차를 소유하고 운송업 등을 목적으로 한 사업자 등록까지 마쳤으나, ‘지입기사 초봉 000만원+α’라는 내용의 구인 광고를 보고 사업주 B를 찾아가서 면접을 본 다음 지입기사 업무를 하기로 합의했다.
운송차주 A와 사업주 B는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 근무 시간, 보수에 대해 구두계약을 체결했으며, 그 이후 운송차주 A는 ‘과장’으로 불리면서 사업장의 작업복을 입고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09:00경 당일 배송할 가구 및 고객 주소, 배송 시간 등이 적힌 배송 지시서와 함께 배송할 물량을 배정받아 가구 배송 및 설치 작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지출한 유류비, 도로 통행료 등은 사후에 사업주 B에게 청구해 정산받았다. 운송차주 A가 업무 수행하던 중 타인에게 끼친 재산상 손해에 대해 사업주 B가 그 손해를 배상한 바 있다.
한편 사업주 B는 A와 같은 배송 기사들에 대해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등을 갖추지 않고 있었고, 운송차주 A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거나 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고용보험을 가입시키지 않았다.

2. 근로자성 판단기준

본 판례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해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운송차주가 실질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지는 아래의 기준을 적용해 판단하고 있다.
즉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여부, ②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③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여부, ④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⑤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 ⑥ 노무제공자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여부, ⑦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여부, ⑧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⑨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⑩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여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여부, 사회보장 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부차적인 판단기준으로 활용돼야 함을 판시하고 있다.

3. 사안에의 적용결과

당해 판례는 상기 기준에 따라 운송차주 A가 영업용 화물차의 소유자로서 사업자 등록을 했고, 사업주 B가 운송차주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거나 고용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① 운송차주 A의 근무일과 담당업무가 정해져 있었으며, 그 대가로 배송 실적에 따른 금액이 아닌 매월 고정적인 금액을 받기로 한 점, ②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었던 점, ③ 구체적인 배송시간 및 배송내용도 전적으로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점, ④ 사업주 B가 유류비, 도로통행료뿐만 아니라 식대까지 부담한 점, ⑤ 사업주 B가 운송차주의 과실로 일어난 사고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한 점 ⑥ 운송차주 A는 사업주 B 등으로부터 과장으로 불리었고, 근무 중에는 작업복을 착용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4. 시사점

상기한바와 같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그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따라 해고의 제한, 임금채권의 보호 등 노동관계법상 보호대상 여부가 결정되므로, 광고외근원, 신문판매원 등 많은 수의 특수형태근로종사들이 근로자성 판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기존에 대법원 판례는 광고외근원(대법원 1988.11.8 선고 87다카683 판결), 신문판매원(대법원 1996.10.29 선고 95다53171 판결), 일당제 대리운전기사(대법원 1994.1.11 선고 92다44695 판결), 맹인안마사(대법원 1992.6.26 선고 92도674 판결), 방송사 악단원(대법원 1997.12.26 선고 97다17575 판결), 방송사의 위탁직 시청료징수원(대법원 1993.2.9 선고 91다21381 판결), 퀵서비스 택배종사자(대법원 2004.5.1 선고 2003두13939 판결)의 경우에 근로자성을 인정한 반면, 보험모집원(대법원 2000.1.28 선고 98두9219 판결), 전력회사의 위탁수금원(대법원 1978.7.25 선고 78다510 판결), 유흥업소의 접대부(대법원 1996.9.6 선고 95다35289 판결), 학습지교사(대법원 1996.4.26 선고 95다20348 판결), 입시학원 강사(대법원 1996.7.30 선고 96도732 판결), 골프장캐디(대법원 1996.7.30 선고 95누13432 판결), 화물차 운송차주(대법원 1996.11.29 선고 96누11181 판결), 레미콘트럭 운송차주(대법원 2003.1.10 선고 2002다57959 판결, 1997.2.14 선고 96누1795 판결)의 근로자성은 부정한 바 있다.

당해 판례는 하급심 판례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다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6.11.29 선고 96누11181 판결, 대법원 1997.2.14 선고 96누1795 판결, 2003.1.10 선고 2002다57959 판결 등)가 부정해오던 운송차주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비록 당해 운송차주가 사업자등록을 했고, 사대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으며,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등 형식적으로 개인사업자처럼 돼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점을 판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근로자성 판단에 대한 상기 판례 기준은 그 내용이 복잡하며 사후적으로 법원의 판단이 있기 까지는 근로자성 여부를 근로자들과 사업주는 물론 법률전문가들까지도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진다. 또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대부분이 근로자성과 사업주로서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음에도 어느 정도까지 근로자성을 갖추면 노동관계법 상 강력한 보호를 받게 되는 반면 그 외의 경우 완전한 계약의 자유에 맡겨진다는 점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 간의 형평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계약법에 대한 예외적인 성격을 가진 근로기준법의 인적 적용범위를 법해석만으로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결국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문제는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수형태고용종사들을 위한 별도의 법령을 정비하거나, 노동관계법상 일부규정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거나, 노동유사단체를 조직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우리 경제 각각 분야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계약조건이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하게 결정되는 일이 조속히 해결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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