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산업 노동자들이 주당 62시간에 육박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노동자들은 대부분 야근수당을 받지 못했다. 열에 여덟은 만성피로와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신당은 지난 6일부터 열흘 동안 한국정보통신산업노조와 함께 벌인 ‘IT 노동실태 긴급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는 1천665명의 IT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IT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IT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관행은 심각했다. IT 노동자들은 1주일에 회사에서 평균 55.9시간을 일하고, 5.8시간 동안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60시간 동안 일하고도 회사에서 일을 끝내지 못해 집으로 일거리를 들고 가는 셈이다. 한 달 동안 휴일인데도 출근하는 날이 3.3일에 달했다.

진보신당은 이를 근거로 추산한 결과 IT 노동자들이 월 250시간, 연 3천시간 일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최고 장시간 노동국가로 꼽히는 우리나라 전 산업 평균 노동시간은 184.5시간인데, 이보다 무려 65시간이 많았다. 연간 노동시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천232시간 많았다. 프랑스(1천533시간)나 독일(1천433시간)보다 두 배 이상 일하고 있는 셈이다. 진보신당은 "우리나라 IT 노동자들이 OECD 노동자들에 비해 연간 154일을 더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근이 일상화됐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노동자들은 야근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76.5%는 추가 근로분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고, 18.7%는 수당을 받기는 하지만 일정액 한도를 정한다고 답했다. 물론 편법이다. 법대로 받는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고, 대체휴가를 받는다는 사람은 2.5%였다. 야근을 했는지 여부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회사가 집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15.5%만 그렇다고 대답했고, 76.7%는 전혀 집계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잦은 전직, 직업병에 ‘골골’

고용형태는 열악했다. 파견이나 용역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가 전체의 37%에 달했다. 일반기업체에 고용됐다는 사람이 63%로 가장 많았지만, 파견과 용역이 혼재된 형태로 일한다는 노동자(24.7%)와 파견 전문 노동자(7.9%)·근로자공급업체 노동자(2.8%)도 적지 않았다.
당연히 근속연수도 짧고 전직도 잦았다. IT업종 평균 경력은 5.95년이고, 현 직장의 근속연수는 29.9개월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5년인데, IT 노동자들은 3년도 안 돼 직장을 옮기고 있는 셈이다. 현재 다니는 직장 이전에 이직횟수는 평균 2.99회였다. 사업장의 규모는 10~49인이 34.2%로 가장 많았고 50~99인이 14.6%, 100~299인이 16.2%였다. 300인 이상이 18.5%였고 프리랜서는 5.3%였다.

상습적인 연장근무에 노동자들의 건강권은 뒤로 밀렸다. 82.2%는 ‘만성피로’를 호소했고, ‘잦은 야근에 따른 생체리듬 파괴로 인한 만성피로감’을 겪는다는 노동자도 82%에 달했다. 사무직 노동자에게 자주 발생하는 근골격계질환도 79.2%가 앓고 있다고 답했고, ‘거북목 증후군’도 73.1%로 조사됐다. ‘두통이 있으며 속이 더부룩하고 몸이 무겁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도 69%에 달했다.

진보신당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휴식”이라며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 전날이나 다음날을 공휴일로 하는 대체휴일제를 첫걸음으로 법적으로 법정공휴일 유급휴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은 이어 “실효성 있는 노동시간 단축정책이 필요하다”며 “연간 노동시간을 2천시간으로 제한하고 추가 노동시간에 비례해 임금이 아닌 대체휴일을 보장하는 노동계의 요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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