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최근 '노동기본권 투쟁의 봄'을 선언했다. 철도·화물·건설·교사·공무원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는 대정부 투쟁을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공부문 노동계는 공무원노조·화물연대·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전교조와 철도노조는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매일노동뉴스>는 이들 노조의 대표자들을 만나 4월 총력투쟁 계획과 해법을 들었다.<편집자>

[게재 순서] ① 김정한 철도노조 직무대행 ② 김금철 건설노조 위원장 ③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④ 정진후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 ⑤ 오승석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 직무대행


지난해 8일간의 파업 끝에 조건 없는 현장복귀를 선언했던 철도노조가 다시금 신발 끈을 묶고 있다. 노조는 지난 17~19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해고자 구호기금을 위해 조합비를 한시적으로 1% 인상하는 내용의 규약개정안은 77% 찬성이라는 압도적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파업을 이끈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한 것이자, 재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아 낸 것이나 다름없다. 5월24일이면 단체협약의 효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매일노동뉴스>와 24일 서울 용산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김정한(47) 위원장 직무대리는 “2년을 끌어 온 단체협약 갱신을 4월에 결말 지을 것”이라며 “대화와 교섭을 통한 타결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지만, 정부와 한국철도공사가 응하지 않는다면 지난해보다 위력적인 파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철도파업 이후 후유증이 크다. 김기태 위원장이 구속되고, 파업 참가자 1만3천여명에 대한 징계·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노조 사상 최장기간 파업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지난 투쟁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평가를 하기엔 아직 이르다. 당시 파업을 마무리하면서 노조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보수언론에서는 백기투항이라고 단정했다. 지금 철도현장을 보라. 사측은 조합원으로부터 성과연봉제나 정년연장 없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동의서 한 장 받아 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단협 체결에는 실패했지만, 사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임금체계·근무조건 개편에 대해서는 확고한 저지선이 형성됐다.
지금 공사와 정부는 노조의 대화·교섭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대량징계와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노조를 말살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겉으로 들어난 노조탄압 외에도 강제적인 인사전보·교대근무자의 일근전환 같은 일방적인 경영효율화 방안이 현장에서 강행되고 있다. 여기에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은 최근 ‘철도파업은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국민의 불편을 실험하기 위해 파업한 것이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들을 쏟아 내고 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허 사장의 ‘막가파’식 노조탄압이 파업동력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 한시적이지만 조합비 인상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는데.
“인상된 조합비는 모두 지난해 파업으로 해고된 동지들을 위한 구호기금으로 쓴다. 해고자에 대한 책임과 의리도 있었겠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심리도 크게 작용했다. 3~4월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조합원을 믿고 교섭과 투쟁에 임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

- 올 들어 실무교섭이 몇 차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진전은 있나.
"입장 차가 워낙 크다. 3월 말 실무단위 집중교섭을 열어 쟁점을 도출해 낼 계획이다. 허 사장이 참석하는 본교섭이 열리면 쟁점을 좁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도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조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조정안 수용 여부는 별개로 공사가 본교섭 개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사후조정을 통해서라도 허 사장과 담판을 짓겠다는 의미다.
공사 역시 일정정도 부담을 안고 있다. 4월 말 총력투쟁이 지난해 수준으로 재점화된다면 공멸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제시한 수정안이 있다. 기존 단협이 4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한 것이어서 법령 개정사항 등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조합원들 역시 양보교섭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대화와 교섭을 통한 타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는 투쟁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에 따라 전임자·복수노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응방안이 있나.
"현재 64명의 전임자가 있다. 정부와 공사측은 20여명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24시간 기차를 움직이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사업장의 특성상 더 많은 전임자가 필요하다. 다만 임단협 타결을 위해서라면 전임자 조정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뜻이 있다.
복수노조 문제의 경우 조합원들이 민주노조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에 별로 걱정할 사항은 아니다. 그렇다고 안주해서도 안 된다. 복수노조에 대한 방어적 차원의 대응도 필요하겠지만 미조직 사업장에 대한 조직화 노력 등 공격적인 활동도 요구된다."

- 4월 말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노동부가 전국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공공부문 노동계의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반감은 확고하다.
"총력투쟁 전술은 아직도 고민 중이다. 철도파업이 절차와 목적·수단에 있어 합법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심지어 지난해 대검찰청 공안기관회의에서도 11월2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던 파업에 대해서는 불법성을 찾을 수 없다고 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한마디로 헌법이 부정된 것이다.
올해는 5월24일 단협 실효를 앞두고 있다. 위기의식이 대단히 높다. 지난해처럼 길게 이어지는 전면파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4월 말 총력투쟁은 어떤 의미에서는 시발점이다. 반드시 임단협을 체결하겠다는 목표로 전체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파업전술을 구사할 생각이다."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철도노조 출신이다. 조합원들의 기대치가 남다를 것으로 보이는데.
"김 위원장은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철도노조와 김기태 위원장부터 생각난다고 말한다. 철도노조가 바라는 이상으로 김 위원장이 친정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진심이 느껴진다. 지난해 조합원들의 완강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여론전에서 밀린 측면이 있다. 민주노총이 철도파업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해 주길 원한다. 철도노조는 노조법에 따라 파업을 했는데, 정부는 형법을 대입시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려 한다. 김기태 위원장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철도파업 불법시비가 불거질 것이다. 민주노총이 국제노동기구(ILO) 관계자 같은 중량감 있는 인사를 법정증인으로 내세웠으면 한다. 대통령이 철도파업을 가리켜 ‘지구상에서 이런 식으로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파업한 노조위원장을 업무방해죄로 구속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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