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겁니다. 조합원들이 다시 현장에 복귀해 일할 수만 있다면 투신이라도 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신동식(51) 건설노조 경기건설기계지부 동양광주분회장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 공사현장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신 분회장은 23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조합원들의 현장복귀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 분회장을 포함해 56명의 동양메이저 광주공장 레미콘노동자들은 지난해 7월31일 고용계약이 만료됐으나, 자동갱신 조항에 따라 올해 7월까지 계약이 연장됐다. 그러나 사측은 운반비 25% 삭감 등 각종수당 폐지를 요구했고, 거부시 전원 계약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조합원들이 반발하자 사측은 용차를 불러 사실상 조합원들을 해고했다. 분회는 수차례 교섭을 진행하며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러던 중 신 분회장은 17일 교섭장에서 사측으로부터 새로운 레미콘 기사를 뽑을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사측의 태도에 참다 못한 그는 22일 새벽 35미터 상공의 타워크레인에 올랐다.<사진> 친한 동료 한 명이 함께했다.

"운반비 삭감을 빙자한 노조탄압입니다. 사측은 (분회가) 사측 안을 다 들어준다고 해도 조합원 전원 복귀는 안 된다며 민주노조 깃발을 내리라고 합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가족들에게 지방출장을 다녀오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타워에 올랐습니다.”

신 분회장은 타워에 오르고 난 뒤에야 고공농성 사실을 분회에 알렸다. 유일하게 준비해 간 침낭은 지난 기습 폭설에 다 젖어 버렸다. 현기증과 추위에 잠도 오지 않고, 음식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사측이 성의 있는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이 현장에 복귀해 일할 수 있다면 전 더 이상 동양레미콘에 남아 있고 싶지도 않습니다."

경찰 등은 타워크레인 하단에 에어매트를 설치해 돌발상황에 대비 중이다. 조합원들은 인근에서 비닐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박태영 분회 사무장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을 만큼 절박하고 필사적이었다"며 "5개월이 넘는 투쟁 동안 단 한 명의 조합원 이탈도 없었다는 건 그만큼 모두가 부당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창호(58) 조합원은 “분회장을 힘들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하다”며 “하지만 사측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개가 아닌 진짜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건설노조는 고공농성장 인근에 투쟁상황실을 설치하는 등 투쟁을 전국 단위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앞서 분회가 동양메이저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계약 이행 청구 가처분 신청' 판결은 다음달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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