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는 전형적인 ‘먹튀’(먹고 튀는) 기업입니다. 각종 세제혜택이 끝나니 공장을 청산하려고 합니다. 이미 국내기술은 해외로 빼돌려진 상태예요. 잘나가던 만도기계가 쪼개져 외국업체에 팔린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결과가 이렇게 참담하네요.”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2일 경주 황성동 공단공원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에서 정연재(41·사진)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지회장을 만났다.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주)(옛 만도기계) 노사는 경비직 아웃소싱 문제를 놓고 갈등 중이다. 회사는 지난달 16일부터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최근 경주지역 부품사노조들이 연대파업에 나선 뒤 노사 간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공장 청산’을 둘러싼 더 큰 갈등의 불씨가 자리 잡고 있었다.

-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사흘이 지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공장 앞 천막농성장에 있다. 조합원들과 늘 함께 있기 때문에 불안하지는 않다.”

- 직장폐쇄 후 처음으로 지난 10일 노사 실무교섭이 있었는데.
“노조쪽에서 3명, 회사쪽에서 3명이 나왔다. 진전된 내용은 없고 교섭 형식과 장소 정도만 논의했다. 다만 회사측이 이번주 교섭에서 회사측 안을 밝히겠다고 했다. 회사는 지난 교섭에서 3가지를 밝혔다. 매각·청산·구조조정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회사측이 경비직을 아웃소싱하겠다는 데서 이번 사태가 불거진 것으로 알고 있다. 매각이나 청산은 무슨 얘기인가.
“회사를 그만둔 전임 인사담당 상무를 통해 발레오그룹이 경주공장의 청산 여부를 저울질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회사측이 경비직 아웃소싱 문제로 직장폐쇄에 돌입했을 때, 지회는 회사측이 ‘파업 유도’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여러 통로로 확인한 결과 회사측이 ‘청산 유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발레오는 지난해 천안 발레오공조코리아의 사업을 접고 철수한 바 있다. 경주공장에도 철수 징후가 있었나.
“최근 그룹측이 강기봉 사장에 보낸 메일에서 ‘청산 결정을 1년 유보한다’고 통보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산 논의가 진행된 것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지난해 취임한 강 사장의 경영성과를 감안해 청산 여부를 1년간 유보한 것 같다. 지회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공장 철수의 징후는 많았다. 2008~2009년 중국·멕시코·인도공장의 노동자들이 산업연수 명목으로 국내의 고급기술을 익혀 갔다. 당시 노사협의에서 지회가 ‘왜 해외공장에서 기술을 빼가냐’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측은 사장의 직인까지 찍어 각종 설계도면을 외국에 넘겼다. 또 경주공장의 기술자들을 브라질공장에 파견해 설비기술 등을 전수했다. 국내 공장 철수를 염두에 둔 기술유출이다.”

- 발레오전장은 현대차 등에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매출 규모도 경주 내 부품사 중 두 번째다. 발레오가 철수하려는 이유가 뭔가.
“발레오전장의 전신은 만도기계 경주공장이다. 99년 만도기계가 5개 회사로 분할 매각될 당시 발레오에 팔렸다. IMF 전후 국내 기업을 인수한 외국계 기업은 막대한 세제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기업을 인수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그동안 면제됐던 각종 세금을 부담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 갑자기 공장을 철수하면, 현대차 등 주요 거래처들이 가만히 있을까.
“부품 공급과 관련해 현대차 등 주요 거래처와도 어느 정도 얘기가 된 것 같다. 회사측이 현대차에 제출한 ‘바이백 플랜’이라는 자료를 보면 경주공장에 노사분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인도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납품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기술유출로 국내와 품질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가격까지 저렴한데, 현대차가 중국산을 거절할 이유가 있나.”

- 회사측은 이달 열리는 이사회에 한국공장 철수건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주공장에서만 생산가능한 제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을 외국공장에서 생산하려면 준비기간이 최소 6~7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물론 6~7개월 뒤에는 언제든 청산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 청산을 막을 방법은 없나.
“이번 사태의 열쇠는 현대차가 쥐고 있다.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저가 외국산 부품을 쓰느냐, 품질과 납품시기가 안정적인 국내산을 쓰느냐에 발레오 경주공장을 비롯한 국내 부품사의 생사가 달려 있다. 싼 제품만 선호하다간 제2의 도요타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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