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밥상을 두고 색깔논쟁이 한창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이 최대 이슈로 부각되자 여야가 이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전면 무상급식 주장에 대해 “얼치기 좌파가 내세우는 국민현혹 정책”이라며 “어렵게 사는 사람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 복지지, 가진 사람들과 부자들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복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부자 무상급식에 들어갈 비용으로 (취약계층에) 다른 지원을 확대하는 게 좋겠다고 당정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야권이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지방선거 이슈로 제기하고 나서자 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를 되받아치고 나선 양상이다. 이른바 ‘서민 무상급식’이냐, ‘부자 무상급식’이냐 담론을 제기하며 무상급식에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색깔을 덧칠한 것이다.

한나라당 중진과 당직자의 이러한 발언은 본질을 호도한 것이다. 무상급식은 우리에게 생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무상급식을 내걸고 당선된 후 논란이 촉발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시·도교육청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한나라당은 이를 좌파적 발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무상급식을 받는 학생은 전체의 18%인 134만7천명에 달한다. 경남도교육청의 경우 3월 현재 경남지역 20개 시·군 중 10개 군 초·중학생 전체가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초등학생 1~2학년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하기로 했다. 현재 전체의 24%인 6만9천명에게 무상급식을 하는데, 2014년까지 초등학생 전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읍지역 모든 초등학교와 초·중 통합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초·중·병설유치원 등 전체 학교의 140개교(52%)에서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전체 초·중고생의 24%인 42만3천명에게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의무교육대상인 초·중학생 138만명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무상급식은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확대 추세에 있다. 서민과 부자의 아이들을 구분해 밥상마저 차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부자 무상급식’이라고 규정한 홍준표 의원의 발언은 겉으론 그럴듯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들 밥상에 선을 긋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부모가 가진 부의 규모에 따라 아이들마저 차별화하는 발상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무상급식 전면실시까지는 재원 확보라는 어려운 과제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초·중학생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려면 어림잡아 2조원가량이 소요된다. 이 가운데 올해 저소득층 자녀·학교, 지역 단위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18% 초·중 학생을 제외하면 약 1조4천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국가 채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와 한나라당의 우려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4대강 정비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을 줄인다면 무상급식 전면실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금도 학교현장에서는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가슴 아픈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학기 초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로부터 무상급식 신청서를 받는다. 선생님들이 아무리 숨기려 해도 아이들은 금세 알아버린다. 자연스레 급식비를 내는 아이와 내지 못하는 아이로 나눠지는 것이다. 언제까지 평등해야 할 학교현장에서 아이들 밥상마저 차별해야 하는가.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한 부분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성별 등 어떤 요인으로도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누려야 한다.

더 이상 한나라당은 아이들의 밥상을 부자·서민 밥상으로 나누려 해선 안 된다. 이미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무상급식과 관련한 법안을 제기했고,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무상급식을 공약한 것을 고려할 때 불필요한 논란만 만들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아이들 밥상을 두고 색깔론을 제기하지 말고, 무상급식을 실현할 방도를 찾는 건강한 논쟁에 나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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