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가 노동시간 개선을 위한 노사합의 준수를 촉구하며 지난 2일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2가 IBK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7일째 천막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은행측이 올해 초 퇴근문화 개선을 경영평가 항목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후 일부 지점장들은 "경영평가에서도 제외됐으니 이제 야근하자"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는 상황이 됐다. 조합원들은 늦은 퇴근시각에 대한 불만을 쏟아 냈고, 지부는 투쟁에 나섰다. 지부 농성장에서 만난 유택윤 위원장(45·사진)은 8일 “은행측이 노사합의 사항을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 갈등의 배경은 무엇인가.
"기업은행에서는 지난 일주일 새 직원 2명이, 최근 3개월 새 직원 3명이 숨졌다. 2005년 이후 5년간 1년에 서너 명씩 돌연사 등으로 사망했다. 2000년 이전에는 아예 없었던 일인데, 최근엔 거의 정기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지부는 높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은행은 지난해 4월 영업시간을 변경하면서 노사가 합의했던 ‘퇴근문화 개선의 경영평가 반영’을 일방적으로 깼다. 지부가 원상복구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은행측은 ‘기업은행 직원은 다른 시중은행보다 일을 덜 한다’는 말까지 했다"

- 조합원들은 어떤 어려움을 털어놓나.
"얼마 전 개최한 전국분회장회의에서 강도 높은 투쟁을 주문하는 조합원이 많았다. 장기투쟁도 각오하고 있다. 한 지역본부는 방카슈랑스의 상반기 목표를 이미 2월 말에 다 채웠다. 지역본부 노동자의 퇴근시간이 새벽 1시30분인 경우도 허다하다. 본부에서 밤 11~12시에 지점에 전화를 하니, 지점장과 팀장이 퇴근을 못한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그런 식으로 하니 실적이 안 나온다’고 압박한다. 직원들은 지점장과 팀장의 눈치를 보느라 제때 퇴근하지 못한다."

- 노사가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은행은 일단 투쟁을 접고 대화를 통해 근무시간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요구했다. 그래서 조합원이나 지부가 수긍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무시간 정상화 방안을 은행측에 요청했다. 아직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통보받지 못했다."

- 향후 투쟁계획은.
"경영진쪽에서 이번주 중에 중재안을 낼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투쟁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있게끔 만든 몇몇 관리자들이 있는 지역본부를 타격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지부 간부들이 직접 지역본부로 찾아가 퇴근시간 원상복구를 요구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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