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겨울 기어코 살아낸 고단함이 설익은 봄볕 아래 춘곤증을 불렀다. 대리석 돌침대에 잠시 몸을 뉘었으니 '휴식이 있는 풍경'이다. 베고 누운 것은 아마도 가진 것의 전부일 20킬로그램들이 쌀자루. 간소한 짐과 간편한 음식은 한때 엉덩이에 시퍼렇던 몽고반점처럼 유목민의 숙명이다. 잠시 기댔을 뿐, 머물 곳은 아니 되어 반드시 휴식에 그친다. 용케 그늘은 피해 볕 아래 누웠으니 다행일까. 하늘 아래 그래도 공평한 건 새봄 내리쬐던 햇볕이던가. ‘부자 감세’ 66조원, ‘4대강 사업’ 22조원…. 돈 잔치는 한창인데, 지방재정 악화·복지축소로 양극화 그늘이 더욱 짙고 너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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