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진폐증을 앓다가 면역력이 약화돼 간암·폐렴에 걸려 사망했다면 업무상재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다보상법률사무소는 3일 “이아무개(사망당시 57세)씨의 유가족이 제기한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 취소 상고심에서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67년부터 20여년간 탄광에서 근무하다 진폐증에 걸렸고 이후 면연력이 약화돼 간암이 발병했다. 투병생활을 해 오던 이씨는 2007년 1월 폐렴으로 인한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했다.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이씨의 사망원인을 말기 간암으로 판단해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유가족은 서울행정법원에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그러나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업무상재해를 입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유가족을 대리한 이정훈 변호사는 “이씨의 사망원인이 진폐증으로 인한 면연력 약화로 폐렴·간암 등의 질환이 급속히 악화됐다는 것이 인정돼 업무상재해 판결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업무상질병과 기존질환이 모두 사망에 영향을 줬을 때 업무상재해 인정기준과 입증책임을 완화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문웅 노무법인 산재 대표노무사는 “그동안 진폐환자들의 경우 간암·위암·심장질환 등의 기존 질환이 진폐합병증과 동시에 사망원인으로 영향을 미쳤을 경우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 판결로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판정기준이 완화돼 많은 진폐환자들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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