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계 다국적 자동차 부품업체인 발레오그룹의 구조조정 불똥이 각국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천안 발레오공조코리아의 노동자들이 고용단절 상태에 놓인 지 석 달이 넘었고, 경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노동자들은 회사측의 외주화 계획에 반대하며 태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사업장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발레오 본사가 있는 프랑스에서도 지난해 1천6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러시아의 발레오 공장에서도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진행 중이며, 브라질 공장에서도 대규모 인원감축이 예고돼 있다.

발레오그룹은 지난해 27개국 5만4천여명의 종사자 가운데 5천여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도 1천여명을 추가로 감원할 계획이다. 발레오는 이어 현재 평균 5~6% 수준인 비정규직 비율을 15% 수준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더 싼 임금을 찾아 옮겨 다니는 다국적 기업의 생존방식이 각국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을 초토화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자본의 이동에 대응할 수 있을까. 미셸 듀크레(40·사진) 프랑스노동총동맹 금속연맹(FTM-CGT) 자동차분과 위원장이 지난 24일 한국을 찾았다. 국제 노동계의 굳건한 연대로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따른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방한 첫날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미셸 위원장은 “동일한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라면 국적이 어디든 상관없이 동일한 노동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프랑스의 발레오 노동자들도 고용을 위협받고 있나.
“발레오그룹의 구조조정에 따른 피해는 한국이나 프랑스나 다르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다국적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경우 95억유로의 자산을 가진 부자 기업이면서도, 부품업체에 가격 압력을 행사해 결국 각 부품업체가 임금 등이 싼 곳을 찾아 떠돌아다니게 만들고 있다. 주주의 이익이나 생산성 향상에만 골몰하고, 고용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경기가 침체하면서 프랑스 정부는 르노 등 자동차업체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혈세가 노동자를 해고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

- 천안 발레오공조코리아의 경우 사전 예고도 없이 공장 문을 닫았다. 경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에서는 아웃소싱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나.
“프랑스 경우 공장을 폐쇄하거나 노동자를 해고할 경우 준수해야 할 법적 절차가 있다. 회사측이 전문가를 선임해 노동자들이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이 되면, 회사측은 의무적으로 직원들의 재취업을 도와야 한다.”

-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의 이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나는 유러피언회사평의회 발레오 담당자다. 평의회에는 유럽 각국에서 2명씩 참석한다. 평의회에서 주로 논의하는 것은 노동조건의 동일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레오의 경우 유럽정부와 ‘도덕헌장’을 체결했다. 노동자들과 항상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유럽에서만 적용된다. 적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노총 금속연맹 자동차분과

프랑스노총은 프랑스 내 5개 노동단체 중 가장 큰 조직이다. 전체 조합원수는 약 70만명. 이 중 금속부문 노동자는 7만명 정도로 10% 정도를 차지한다. 금속부문 프랑스 전체 노동자수가 160만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금속부문 조직화 수준은 미미한 상황이다. 금속부문 내 자동차분과는 전체 자동차업종 사업장 중 40% 정도를 대표하고 있다. 주요 사업장은 르노· 푸조·발레오·포레시아·델파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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