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지부의 이름은 사실상 두 개다. 정식 명칭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인데 언론은 현대차노조라고 부르길 좋아한다. 현대차노조라는 명칭이 포괄하고 있는 강성·귀족노조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다. 언론이 정해진 이름까지 바꿔 부르는 이유는 간단한다. 이른바 ‘한 놈만 때려잡기’다. 조합원만 4만5천여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단일 노동조직인 지부에 대한 비난이 노동계에 대한 비난으로 확산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노동계 최대 이슈인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복수노조’ 문제와 관련해 각계의 시선이 지부에 쏠려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교섭이든 투쟁이든 지부의 행동이 노동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작지 않다. 지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설 경우 강성·귀족노조라는 꼬리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등장할 것이다.

지부는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한발 물러서 있는 상태다. 지부 전임자의 처우 보전을 명시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내년 3월까지인 데다,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에 따른 자구책을 모색하려 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내 지부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이경훈(50)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은 “국내의 노사 관행과 국제적 기준을 무시한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지부 입장에서 특별한 자구책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사 자율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운영하는 마트에 소비자 찾아올까”

“자구책이라고 해 봤자 지부가 직영매장을 운영한다든가, 조합비를 올리는 정도일 겁니다. 일부 노조가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나 유통업계의 구조를 감안할 때 지부의 직영매장이 시장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조합비 인상도 쉽지 않습니다. 현재 현대차 조합원들은 기본급의 1%를 조합비로 냅니다. 1년이면 한 명당 24만원이 넘어요.”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개정될 경우 단체협약 유효기간 내에 2회에 걸쳐 보충교섭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은 금속노조가 전임자 처우 문제를 다루는 특별단체협상 상견례를 진행한 날이다. 노조 소속 18개 지역·기업지부 가운데 3곳에서만 상견례가 열렸다. 현대차 회사측은 전날 지부에 공문을 보내 보충교섭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단협 유효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갈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지금 상황에선 이미 보장된 내용 외에 추가로 무엇인가를 요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금속 중앙교섭의 틀을 갖고 있지 않은 5개 기업지부(쌍용차지부 포함)의 경우 지역지부와는 대응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전임자임금 문제는 단협에 명시된 내용이에요. 노사가 자율 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개정된 노조법에 따라 내년 7월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국내 최대 단일 노동조직이라는 지부의 명성도 흔들릴 여지가 크다. 벌써부터 “현대차지부의 현장권력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상급단체를 넘어 단위사업장까지 복수노조가 허용된 것은 우려스런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단결권은 물론 보장돼야 합니다.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걸려 노조 활동에 제약을 받아 온 사업장이 적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현대차는 다릅니다.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를 놓고 막대한 교섭비용이 발생할 것이고, 노사 간 불신도 깊어질 겁니다.”

“해외공장 확대 따른 국내 물량 감소, 노사가 함께 대비해야”

최근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자동차 해외공장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요타 사태는 무리한 글로벌 경영전략과 원가절감 방침이 맞물린 예견된 사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제2의 도요타’를 표방해 왔다. 해외생산을 확대한 결과 국내생산과 해외생산의 비중이 역전됐고, 현지조달 비율도 증가했다. 중국과 인도로부터의 부품 역수입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 지부장은 최근 회사측과 함께 미국과 중국에 있는 현대차 현지공장을 둘러보고 왔다.

“중국에 가 보니 관세 장벽이 대단히 두껍게 느껴졌어요. 현지 생산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보고 왔습니다. 미국의 경우 관세 장벽은 높지 않지만, 국내 생산차량의 수출 확대에 따른 무역분쟁 소지가 커 현지 공장 운영이 불가피한 면이 있어요. 아직까지 해외공장 확대가 국내 물량 축소로 직결되지는 않는 상태이지만, 머지 않아 국내공장의 물량 문제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할 부분이지요.”
그는 "자동차 품질 개선을 위해서라도 원청의 부품사 쥐어짜기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지부의 지역지부 편제, 산별노조 약화시킬 것”

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기업지부의 지역지부 편제’를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지부를 비롯한 5개 지역지부를 지역지부 소속으로 잘게 쪼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산별운동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지부장은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지부에는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가 가입해 있어요. 이 중 판매·정비 노동자들은 각 지역에 분산돼 근무합니다. 현대차지부에 직할로 돼 있지 않으면 소속감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역으로 찢어진 상태에서 고용 문제 등이 발생하면 힘 있게 대처할 수 있겠어요.”

지부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단위사업장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지부장은 "그러한 비판은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일축했다.
“지역으로 묶는다고 산별이 강화되는 게 아닙니다. 조직력을 분산하는 것에 불과하죠. 산별 강화는 상급단체와 산하 지부 간 역할 분담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산하 조직이 현장에서 회사측을 직접 상대하고, 금속노조는 산하 조직의 상황을 총괄해 대정부·대자본 요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무조건적인 지역 편제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조합원들의 총의를 물어 결정할 생각입니다.”

“주장이 있으면 책임도 있어야, 그것이 중도실리”

25일이면 '중도·실리 노선'을 표방하며 당선된 이 지부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 꼭 5개월째가 된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시작된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성과금을 받아 내는 협상력을 발휘했다. 올해는 임금교섭과 함께 ‘밤샘노동 폐지’를 다루는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가 재개된다. 최근 울산 공장 내 물량갈등도 재연되고 있다. 고용 문제는 더 이상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화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면서 자동차 공장은 점점 사람이 필요 없는 공장이 돼 가고 있다. 이 지부장은 “노사가 ‘네 탓 내 탓’ 공방만 벌여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도·실리 노선의 핵심은 주장이 있으면 책임도 다하겠다는 겁니다. 책임지는 자세로 노동운동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우리 내부의 경영성과를 감안하되 지역사회와 사회적 약자까지 아우르는 그런 노동운동을 하고 싶어요.”


[ 신변잡기 Q&A]  “낚시·술 좋아하고, 칭기즈칸 평전에 감명받아”
Q1. 취미
A1. 노조 활동하면서 취미가 없어졌다. 원래 낚시광이고, 술 마시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 당구도 좋아한다. 단, 노조 활동가로서 품위에 손상이 가는 행동은 안 하려고 노력한다.


Q2. 주량
A2. 편하게 마실 땐 소주 3병 정도. 요즘은 다음날이 걱정돼 많이 못 마신다.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편이라 낮술은 일절 마시지 않는다.


Q3. 흡연
A3. 1년8개월 정도 끊었다가 최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하루에 두 갑 이상 피운다. 노조 활동에 대한 고민이 들 때 담배에 손이 간다.


Q4. 건강
A4.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 운동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여유가 없다.


Q5. 종교
A5 불교.


Q6. 혈액형
A6. O형.


Q7. 띠
A7. 1960년생 쥐띠


Q8. 가족관계
A8. 부인과 1남1녀.


Q9.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
A9. 칭기즈칸 평전. 도전의식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


Q10. 노조 활동 외에 주요 관심사
A10.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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