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은 빵 한 조각이 장애인과 퇴직자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그 수익이 다시 사회에 투자된다면. 거기에 쌀소비가 줄어 시름하고 있는 농민들까지 도울 수 있다면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빵과 쿠키·초콜릿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 생겼다. 최근 서울시로부터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 (주)좋은세상베이커리가 바로 주인공이다. 인도어로 착한 마음이란 뜻인 ‘슈마나스(Sumanas)’라는 브랜드로 사회적 기업을 만든 사람은 (사)미래노사발전연대 사무총장인 이욱희(51·사진·한국다문화가족지원연대 이사장) 대표이사다. 사재를 털고 지인들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12월 서울 화양동에 200평 규모의 둥지를 텄다. 사회적 기업으로는 상당히 큰 규모다. 지난 19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이욱희 대표이사는 “원래 (돈이) 없는 사람들이 나누는 것”이라며 “노조가 사회공헌사업을 많이 하고 사회적 기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이사는 리츠칼튼호텔노조 위원장을 거쳐 한국노총 관광노련 사무처장·부위원장, 한국노총 조직국장 등을 지냈다.

“좋은세상베이커리는 경력단절여성과 이주여성·퇴직고령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기업입니다. 미래노사발전연대에서 사회적 기업 모니터링 사업 등을 하면서 제대로 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양한 업종 가운데 베이커리를 선택한 데는 그가 호텔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품질이 보장돼야 하는 법. 같은 호텔 출신인 35년 경력의 김윤수 제과장과 역시 호텔 제과사 출신인 파티셰 2명이 그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현재는 이들과 취약계층 노동자 12명이 일하고 있지만 조만간 7명을 추가로 채용하고, 올해 안에 40~50명을 채용하는 것이 목표다. 취약계층을 고용하기 위해 광진구청과 협약도 체결했다.

“만든 제품은 정신지체장애인 30명이 지하철로 직접 배송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한 간접고용 효과가 만만치 않아요.”
슈마나스 제품은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농민들도 돕고 있다. 기존 베이커리의 주원료인 수입밀가루를 대신해 국산 우리쌀을 100% 이용한 쌀케이크를 개발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제과·제빵 교육센터를 설립해 취약계층의 창업을 지원하고 전문기술자로 육성할 계획이다.

미래노사발전연대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사업을 지켜본 이 대표이사는 “최근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적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며 “노동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을 일시적인 사업이 아닌 지속성장 가능한 사업으로 키워야 합니다. 일반기업과 경쟁을 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생산·판매 역량을 갖춰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요.”

이 대표이사는 “노동부가 사회적 기업 인증단계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며 “인증을 하면 책임지고 기업을 키워 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영세한 기업 100개보다 제대로 된 기업 1개를 키워 사회적 기업의 ‘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세상베이커리를 모범 사례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이기도 하다.

“노조도 일자리 나누기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국민들로부터 진정으로 신뢰받는 사업을 제대로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부 지원을 받으면 노조도 얼마든지 사회적 기업과 연계해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습니다. 뭔가 있어야 나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에요. 원래 없는 사람이 나누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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