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철도 7호선 역무원으로 근무하던 정태화(42·사진)씨는 요즘 역이 아닌 서울 용답동에 위치한 공사 본사 앞으로 출근한다. 그는 지난달 공사로부터 직위해제 조치를 받은 데 이어 이달 8일에는 서비스지원단으로 발령받았다. 노조게시판에 공사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은 것이다.

지난 19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정씨는 “표현의 자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라며 “공사는 기본권인 인권마저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씨는 지난해 공사 사내통신망의 노조 전용 게시판에 총 22건의 글을 올렸다. 전 집행부가 추진했던 ‘제3노총’에 대한 비판의 글부터 공사가 추진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신사업개발단·실적평가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내용은 다양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현장조직인 ‘민주노동자회’ 정기소식지도 포함돼 있다.

공사는 이를 문제 삼아 정씨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했다. 공사는 징계처분이유서를 통해 "정씨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사 사장을 모욕하고 공사의 명예를 비방했다"고 주장했다. 공사가 문제 삼은 글의 내용은 "회사생활과 봉사활동을 구분도 못하고 쉬는 날에도 불러내 일 시키고 돈 안 주는 사장은 저질이다", "스토리홍보 광고가 사장을 위한 전시광고이며 사장의 출세를 위한 행보다" 등 다섯 가지 대목이다.

공사는 또 "회의참석 거부투쟁을 하자"는 내용의 글이 ‘공사 경영을 위한 업무추진을 방해하고자 하는 선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징계 혐의에 추가했다. 공사는 정씨가 취업규칙 제6조인 성실의무 규정을 위반했다며 ‘강등’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을 내렸다. 강등 조치는 공사가 지난해 4월 신설한 조항으로, 해임보다 한 단계 낮은 징계양형이다. 정씨가 첫 대상자가 됐다.

징계처분 사실이 알려지자 노조게시판은 조용해졌다. 정씨는 “사내통신망에서 유일하게 조합원들끼리 소통하는 공간이었는데 이번 징계 때문에 조합원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글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장에 대한 모욕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이 정씨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노조 선거 당시 직원용 게시판에 ‘사장놈’이라는 표현을 썼던 직원은 해임처분을 받아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여부를 다투고 있다.

정씨는 “직원들은 의사표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며 “현장의 불만이 계속 누적되고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공사는 2008년부터 시작된 ‘창의혁신 조직만들기’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강행했고, 사실상 퇴출부서인 ‘서비스지원단’까지 운영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분출할 곳마저 막혀 버렸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최근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보기에는 5·6·7·8호선의 도시철도가 깨끗해지고 친절해진 것 같지만 직원들은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워합니다. 역을 지나가는 시민에게 줄서 인사하는 ‘고객감동데이’에 쓸데없이 동원되면서도 역무원들은 밤 10시 이후에는 홀로 근무하며 불안해합니다. 스트레스를 호소할 곳조차 없습니다.”
정씨는 현재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하고 본사와 현장을 순회하며 1인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부당한 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도시철도는 앞으로 계속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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