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국내 최초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UnionSocial Responsibility)을 선언한 박준수(53·사진) 엘지전자노조 위원장. 박 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문래동 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창조적인 노조활동을 보여 주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2008년 다보스 포럼에서 빌게이츠가 인류공영을 위한 창조적 자본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요지의 연설을 했는데요. 그 연설을 듣고 노조도 시대 흐름에 맞춰 선진화돼야 한다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게 USR의 시작이었습니다.”

박 위원장은 조합원의 권익을 추구하는 소극적인 권리찾기를 넘어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노조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 위원장은 △대기업노조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현장의 경영자로서 기업의 영속성을 제고하며 △조직의 리더로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조의 역할 확대를 토대로 노조는 USR 실현을 위해 △사회 (지역사회 공헌·사회적 약자 보호·협력사와 공존 등) △경제(경영 혁신 주도·투명한 노조 운영·회사의 윤리 경영 감시 등) △환경(환경 감시단 운영· 기후변화 대응·사업장 자원 절약 등) 측면의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특히 박 위원장은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협력업체들과 진정한 상생을 위해 노동인권 개선 점검, 생산성 혁신 지원, 우수한 비정규직 사원 정규직화,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을 통해 기업과 협력업체들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주에 USR 워크숍을 갖고 지역 내 다문화 가정 자녀 및 이주노동자 지원, 노조 기금으로 아프리카 등 최빈국에 우물 파주기, 사내 탄소 줄이기 등을 올해 실천 계획으로 확정했다. 이와 함께 사무직 구성원들이 노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강화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실패한 사회에 성공한 비즈니스는 없습니다. 그간 고객과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환원해 사회와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구성원들의 행복도를 높이겠습니다.”

엘지전자노조의 모범적인 USR 실천으로 다른 노조와 기업에서 사회적 책임 논의가 확산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박 위원장의 바람이다.
한편 박 위원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과 관련해 "처음엔 혼란스럽겠지만 제 아무리 타임오프라고 해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인 노조의 역할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노사 대화를 통해 노조의 건전한 재정자립방안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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