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촌놈 몇몇이 강원도 횡성 선배 집을 찾았다. 깡촌 골짝 한 귀퉁이에 손수 지어 올린 마당 딸린 집이다. 제집인 양, 깡통이며 석쇠부터 찾아 부랴부랴 불을 피웠다. 읍내 시장에 들러 사 온 돼지 목살이며 말린 양미리를 올려 굽는데, 그 향이 기가 막히다. 안주 삼아 소주가 두어 순배.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해 지는 줄도 모르고 불놀이 삼매경이다. 양미리만 아니라 불기운에 술기운에 얼굴도 벌겋게 익어 가니 취업 걱정에 사색이던 후배 녀석 얼굴에 웃음도 걸친다. 아직 젊은데, 밥 굶기야 하겠느냐며 호기 좋게 말하던 녀석에게 마주 앉은 선배는 산골 수렵생활을 제안했다. 곰을 닮았단 이유였다. 주먹이 잠시 오갔다. 술잔도 따라 오갔다. 알이 꽉 찬 양미리구이는 다시없는 별미였다. 오르던 길, 그 많던 'TV출연 맛집'도 외면하고 달려온 보람이 서로 컸다. 뒤늦게 도착한 집주인 선배한테 맛 자랑을 한바탕 풀어내니 선배가 비결을 알려줬다. "어 그거 뒷간 휴지 태우는 깡통이야." 별미는 별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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