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노동법에 관해 당신들에게 말씀드렸습니다. 당신들은 근로자이고, 근로자를 위한 법이 노동법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당신이 특별하다고 해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는 당신의 신분은 근로자입니다. 이것이 이 세계의 법이 규정하고 있는 당신들의 법적 지위입니다. 당신의 보수가 다른 사람들의 수입보다 월등히 높다고 해도 당신은 사용자의 지시에 복종해서 일해야 합니다. 당신 스스로 자유롭게 일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일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법은 당신을 근로자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당신의 의지대로 수많은 사업(장) 중 하나를 선택했다고 해도 당신은 그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일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사업(장)에서 당신은 사업을 위한 다른 설비 등에 결합해 사용자의 사업을 수행하는 노동력입니다. 사용자에게는 당신은 사업설비 등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비용으로 계산되는 자산입니다. 사용자가 당신을 무엇이라고 부르고 어떠한 대우를 해 주건 당신이 일한 사업의 결과물은 사용자의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당신과 당신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세계를 말해 줍니다. 이 세계에서는 근로자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그 지시를 받아 일해야 하고 근로자가 일하는 결과물은 근로자에게 귀속되지 않고 사용자에 귀속됩니다. 이 세계에서 당신은 근로자입니다. 헌법은 근로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제32조) 이에 따라 국가가 근로자의 권리를 법률로 정해 보호하고 있지만 임금으로는 시급 4천110원에 불과한 최저임금과 최저의 근로기준에 불과합니다. 그 이상으로 근로자의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당신들에게 맡겨 놓았습니다. 헌법은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제33조) 당신들이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기본 법질서는 근로자들에게 “국가는 최저수준을 보장하겠다, 그 이상은 당신들이 단결해 쟁취하라”고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간혹 당신들은 저에게 묻습니다. “말씀하신 방안(요구안)은 사용자가 들어줘야 가능한 것 아닙니까.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것 아닙니까.” 물론입니다. 당신들이 힘으로 쟁취할 수 없다면 가능하지 않지요. 법에서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는 최저기준일 뿐이고 그것으로 당신들의 권리가 충분하다면 그것은 제가 당신들을 위해 변호사로서 대리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국가가 법으로 보장해 준 최저기준으로는 살 수도 없습니다. 당신과 당신 가족들은 당신이 받는 시급 4천110원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헌법은 당신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당신들의 요구를 사용자에게 주장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할 수 있도록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단결해 쟁취하도록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들이 행동해서 쟁취해야 하는 것입니다.

당신을 근로자라고 부르는 이 세계가 열리던 초기에는 노동기본권은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혁명 직후에 제정된 르샤플리에법은 당신들이 단체를 만들어 요구하고 행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국가가 처벌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단결금지법을 만들어 당신들이 노조를 만들어 교섭하고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처벌했습니다. 이후 19세기 중반까지도 근로자들이 단체를 만들어 요구하고 행동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됐고 범죄행위로서 국가가 처벌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피부색이 다른 당신들의 선배 근로자들은 행동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사용자를 상대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요구하고 투쟁했습니다. 마침내 이것을 범죄행위로 국가가 규제하고 처벌하는 법제, 즉 단결금지법제는 1870년대 철폐됐습니다. “한 사람이 일하지 않는 것을 처벌하지 않는 것처럼 열 사람이 일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 이것이 당시 단결금지법제를 폐지시킨 당신 선배들의 구호였습니다. 단결금지법제가 철폐되면서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노동법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단순히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파업 등에 대해 국가가 처벌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 뒤 20세기 초반에 손해배상 등 사용자로부터의 민사책임까지 일정한 경우에 지지 않게 됐습니다. 그리고 근로자의 기본권으로 헌법에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마침내 1948년 제정된 헌법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을 규정하면서 우리에게도 근로자의 기본권으로 보장됐습니다.

헌법에서 근로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근로자가 노동조합 등 근로자단체를 만들고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고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하는 것은 근로자의 자유로 보장됐습니다. 국가가 이를 처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무엇보다도 국가로부터의 자유, 즉 근로자가 단체로서 파업 등 평화적인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가 이를 범죄행위로 파악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지금 노조법상 주체·목적·절차 등을 위반한, 그야말로 평화적인 파업 행위에 대해 불법파업을 했다고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은 처벌해 왔습니다. 그래서 불법파업이면 당연히 처벌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근로자의 기본권으로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아래서는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단결금지법제에서나 가능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법원이 판례를 통해 이와 같은 법리를 반복적으로 확인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단결금지법리하에 있다고 말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어떠한 노동법전문가도 감히 우리가 단결금지법리 아래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우리의 경우 노동기본권이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일부 노동법학자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평화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하여 처벌하는 한 우리는 단결금지법리하에 있다고 저는 말합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1조(목적)에서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뿐입니다.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설립과 운영,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등 그 활동에 관해 구체적으로 규제·제한·금지하고 그 위반에 대해 처벌하는 규정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헌법상 노동기본권 행사를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조법을 제정한 것이라면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행사를 침해하는 사용자 등의 행위에 대해 규제·제한·금지하고 그 위반을 처벌하는 규정들로 채워져 있어야 합니다. 노조법은 반대입니다. 이러한 법은 근로자가 노조를 만들고 사용자에게 요구하고 파업 등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던 단결금지법제의 법입니다. 따라서 저는 노조법을 근로자의 노동기본권의 행사 보장을 위한 법률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근로자의 노동기본권의 행사 보장을 위해서는 폐지돼야 할 법률이라고 말합니다. 자, 당신들은 바로 이러한 법제 아래에 있습니다. 앞에서 저는 당신들에게 우리 법은, 국가는 최저기준을 보장해 줄 것이다, 그 이상은 당신들이 노조를 만들어 쟁취하라고 정해 놓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헌법수준에서 보장한 기본 법질서일 뿐이라고 저는 덧붙여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막상 노조를 만들어 파업 등 쟁의행위를 통해 쟁취하려고 나선다면 국가는 노조법을 통해 당신들을 규제하고 처벌함으로써 방해합니다. 따라서 이 세계의 다른 나라의 근로자들과는 달리 당신들 앞에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의 행사를 규제하고 제한·금지하고 있는 노조법과 단결금지법리라는 장애물이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장애물에도 많은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습니다. 당신이 이 나라의 근로자로 살아가는 한 당신은 이 장애물을 명확히 인식하고 당신의 동료들과 함께 이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미 약 150년 전 유럽 나라의 근로자들이 그랬습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동료들과 함께 이를 장애물로 인식하고 제거를 위해 투쟁한다면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은 당신들의 것으로 확인될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을 통해 당신의 권리를 확보하고 확보된 당신의 권리를 지켜 줍니다. 앞의 장애물 때문에 당신의 선배들은 처벌받고 탄압받았습니다. 그렇게 확보한 권리가 단체협약입니다. 만약 당신이 노동조합에 가입한다고 해서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불이익을 당한다면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습니다.(노조법 제81조) 이 세계에서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근로조건 등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향상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이 세계에서 국가조직의 운영에 개입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조합을 정당조직과 연계시켜 입법활동을 하고, 행정기구와 노동법원 등 사법기구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한 이래 지금까지 노동조합을 통해 근로자들은 자신의 지위를 사업장 안팎에서 향상시켜 왔습니다. 그렇다고 앞에서 살펴본 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넘어섰던 것은 아닙니다. 노동조합을 통한 개입은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전제로 합니다. 근로자라고 해도 모든 사업장의 모든 근로자가 동일한 지위에 있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세계의 모든 나라의 근로자들이 근로자로서 동일한 지위에 있지 않습니다. 그 지위는 노동조합 등 단결체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라마다 다릅니다. 노동기본권 행사 보장을 위한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나라의 노동기본권의 행사를 보장하고 있는 법을 보면 그 나라의 노동운동의 성과와 한계가 그대로 보여 줍니다. 노조법을 보면 우리의 경우 노동운동은 아직 단결금지법제를 극복할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 저는 당신들에게 노조법이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의 행사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근로자로서 당신들에게는 노동기본권 행사를 위해서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다고 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당신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조직하는 경우 당신들은 이 장애물에 맞서야 합니다. 당신들이 근로자로서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당당히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해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당신들에게 노동기본권이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단체교섭하고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해 주지 못해 법률가로서 정말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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