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다고 했다. 말이 쉽지 이삼십 년, 기실 한평생이었다. 콧물에 시커먼 쇳가루가 묻어나와서도, 용접불똥에 상처 입어서도, 때때로 커다란 철판에 두 다리 두 손이 깔려서도 아니었다. 꼭 밥값 때문도 아니라고 했다. 어딘들, 조선소 궂은 일을 다 겪은 그 거친 손으로 못할 일이 있겠느냐 되물었다. 사람부터 자르고 보자는 회사 때문이라고 했다. 청춘을 바친 일터인데 소모품 취급받는 게 눈물 난다고 했다. 자존심, 그 까짓거 부산 영도 앞바다에 버린 지 오랜데도 문득문득 억울함이 복받친다 했다. 아저씨, 먼 길 올라와 아스팔트 찬 바닥에 앉아 주먹 불끈 쥐어 뻗은 이유란다. 정리해고 철회하라! 목이 쉬어라 외치는 이유란다. 4일 서울 갈월동 한진중공업 건설부문 사옥 앞에서 '부산싸나이' 눈물이 부끄럽지도 않은 이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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