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 수출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정부는 원전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산업계의 스포트라이트가 온통 원자력을 비추고 있지만 정작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서럽다"고 말하고 있다. 무슨 연유일까.

2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김선재(50·사진) 한국수력원자력노조 위원장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버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번 원전 수출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난 30년간 원자력 기술발전에 땀을 흘려 온 한수원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알 함마디 UAE 원자력공사 사장이 “한국형 원전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적 수준의 안전성과 운영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안전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호평한 것도 한수원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었다.

원전기술자 한명 만드는 데 10년

한 사람의 원전 기술자가 나오기까지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원전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는 입사와 동시에 원자력법에 따라 1년간 법정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을 마치고 나서도 상급자가 없으면 현장에서 그 어떤 기기도 조작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원자력 발전소 중앙제어실에서 발전기의 버튼을 직접 누르기까지 10년이 걸린다”며 “정부는 지난해 공기업 선진화계획에 따라 한수원에서 1천23명의 정원을 감축하더니 이제 와서 원자력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한다”고 비판했다.

원전 노동자들은 1년에 한 달은 일하지 않는다. 연간 1개월 이상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광 등 전국 4곳의 원자력발전소에는 교육훈련센터가 있다. 실제 발전소 모형과 똑같은 모의훈련센터에서 비상사태를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훈련을 한다. 덕분에 우리나라 원전 고장건수는 연간 0.3%에 불과하다. 원전 발전기 1기당 전력생산량을 의미하는 원전이용률이 일본은 70%지만 우리나라는 94%에 달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비행기를 타고 100번을 UAE에 찾아간다 해도, 원자력 안전성을 위한 기술력이 없다면 원전 수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전한 발전소 운영 없이 원전 르네상스 없다"

한수원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우리나라 전력소비량의 45%를 차지한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이 20기이고, 건설 중인 발전소가 8기다. 김 위원장은 “안전적인 국내 발전소 운영이 담보되지 않으면 지금의 원전 수출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쌓아 올린 원자력 기술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세계가 한국의 원자력을 주목하고 있다”며 “원전 수출에 앞서 한수원의 발전전망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요즘 원자력 수직계열화를 핵심으로 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공사법 제정을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설계는 한국전력기술이, 정비는 한국KPS가 연료공급은 한전원자력연료가 각각 담당하는 병렬적 구조를 수직적으로 통합해 수행하는 공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법에 따라 2001년 한국전력에서 발전회사들이 분할됐습니다. 한전의 자회사로 독립했지만 한전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현재의 지배구조는 불합리적인 사업결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껏 숨어 있었던 한수원 노동자의 공로를 인정할 때 원전 르네상스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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