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두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의 명절인 설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속수무책이다. 대다수 노동자들이 제수음식을 마련할 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다간 고향에도 가지 못할 것이라는 푸념까지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에 임직원 5천400명의 임금 110억원과 생산직 상여금 90억원을 주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달 임금을 또다시 체불한 것이다. 회사측은 매출금액의 회수가 더뎌 자금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한다.

재계 서열 8위인 금호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태다. 금호그룹이 지난 2006년 무리하게 인수한 대우건설에 대한 자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그룹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 전제돼야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여기에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지원조건으로 노조의 ‘무쟁의 선언’을 덤으로 요구했다.

반면 금호그룹 오너 일가는 출연할 사재가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조만간 회사측과 임금·단체협상을 할 예정이다. 금호그룹의 위기는 무리한 인수를 강행한 오너 일가의 책임이 크다. 잘 알려져 있듯이 금호그룹의 오너 일가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밀어붙이면서 핵심 계열사의 자금을 동원했다. 금호타이어는 대우건설 지분 5.16%를 5천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금호타이어는 빚(회사채)까지 지며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댔다. 계열사 지원에도 인수자금이 모자랐던 금호그룹 오너 일가는 재무적 투자자(FI)의 돈까지 끌어모았다. 무리하게 빚을 얻어 인수에는 성공했지만 성공적인 합병으로 이끌지 못한 금호그룹 일가는 결국 대우건설 인수 4년 만에 주저앉게 된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오너 일가가 채권단의 요구를 회피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오너 일가는 하루빨리 자금난을 풀 수 있도록 사재 출연이라는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채권단이 오너 일가의 책임과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런데 채권단이 노조에 무쟁의 선언을 요구한 것은 과도하다. 그것도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을 방관하면서 요구를 관철하려는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 왜 오너 일가의 경영실패의 책임을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가. 무쟁의 선언과 오너의 사재출연이 왜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묶여야 하는가. 사재 출연은 오너 일가가 결단하면 될 일이지만 무쟁의 선언은 다르다. 무쟁의 선언은 노사 간 교섭도 없이, 조합원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조가 선언한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절차를 무시하고 무쟁의 선언을 밀어붙이면 현장의 반발 때문에 도리어 노조의 리더십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지회는 지난해도 회사의 위기 극복을 위해 사용자측과 임금동결에 합의했다가 진통을 겪었다.

현재로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위기 극복 방안부터 마련하는 것이 수순이다. 무쟁의 선언은 조합원의 동의 여부를 묻고, 위기 극복 방안의 하나로 승인받으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채권단은 이러한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겉으로는 실사를 이유로 자금 지원을 보류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채권단은 더 이상 실사를 핑계로 금호타이어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을 외면해선 안 된다. 적어도 공장가동과 임금체불을 해소할 수 있는 자금은 지원해야 하지 않는가. 현재 금호타이어는 생고무를 구입할 자금이 없어 공장가동마저 중단될 위기라고 한다. 채권단은 긴급자금을 지원해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두 달째 체불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도 금호타이어 임금체불 사태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임금체불은 법 위반 아닌가. 정부는 금호타이어 임금체불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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