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푸른색 작업복에 찌든 기름때는 꼭 '밥값'이었다. 조선소 고된 일은 한 가족을 먹여 살릴 만큼이었다. 때론 호기 좋게 최신형 텔레비전을 들이고 집을 넓혔다. 가족 태울 요량으로 좀 더 큰 차로 바꾸고 다 큰 아이들에게 새 옷이며 '메이커'운동화를 안겼다. 더 늙은 부모님 병원비를 치렀으며 자식들 학원비며 등록금을 메웠다. 종종 소주와 맥주를 마셨고 술김엔지 아주 가끔은 다 늙어 주름진 아내 손에 머쓱하니 선물을 쥐어 줬다. 그만큼이었다. '기름밥 청춘'을 그래도 살아 냈으니 호강이던가. 먼저 죽은 동료 상가에 보탤 부조금이 모자라진 않아 호사롭던가. 떨어지고 질식하고 끼이거나 가스가 폭발해 죽어 떠난 이들이 여럿이니 저 작업복에 기름때는 자주 '목숨값'이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노동자 한 명이 지난 21일 노동조합 게시판에 붙은 선전물을 읽느라 섰다. 먼저 간 동료 장례 다 치른 그 억센 손을 뒤로 잡았다. 대규모 정리해고 소식이 바닷바람에 흉흉한데 맞잡은 게 아직은 제 손뿐이다. 칼바람에 위태롭던 게 어디 공장 앞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단식농성 천막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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