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경(42·사진) 여성부위원장 후보는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거듭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지난 17일 민주노총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조합원들과 함께한다면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내외 신뢰회복을 민주노총의 급선무로 꼽은 그는 “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다”고 밝혔다.

-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17살부터 공장생활을 시작했다. 미래가 안 보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1살에 다시 공장에 취업해 노조를 알게 됐다. 당시 고된 삶을 견디게 만들어 준 유일한 희망은 민주노총 깃발이었다. 깃발을 볼 때면 내 삶도 달라질 것 같아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한국노총 사업장이었던 시그네틱스가 지난 2000년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바꾼 뒤 들어와 보니 멀리서 보는 것과 달랐다. 문제가 뭔지 고민이 됐다. 금속노조 4·5기 간부로서 쌍용자동차·용산참사 등의 투쟁에 제대로 연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감도 갚고 싶었다. 위기에 직면한 조직을 거듭나게 해 조합원들에게 희망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 ‘여성노동자 조직화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어떤 방안을 고민 중인가.
"시그네틱스노조 전직 위원장을 지냈다. 민주노총 내 최장기 여성노동자 투쟁사업장 출신이다. 누구보다도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 이 경험을 잘 살려 투쟁을 조직하겠다.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이는 곧 민주노총이 전 조직적으로 비정규직 사업에 나서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여성노동자 조직화를 핵심 사업으로 진행토록 만들겠다. 여성조합원들도 사업의 주체로 나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 지난해 민주노총 성폭력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나. 여성조합원 권익신장 방안이 있다면.
"성평등이나 여성주의에 대한 개념정리조차 안 돼 있는 게 현실이다. 사건 처리에 급급해 재발방지를 위한 교훈을 얻었는지도 의문이다. 제 아무리 진보적인 활동가라해도 집에 들어갈 때는 신발과 함께 성평등이나 여성주의에 대한 개념을 벗어 던진다. 여성의 문제로 한정해 특화된 사업으로 풀면 안 된다. 전 조직의 문제로 받아 안아 일상적인 토론과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 최근 민주노총 혁신이 화두인데.
"이번 임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모두 민주노총이 위기라는 데 이견이 없다. 대내외적으로 ‘뻥파업’ 집단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만큼 조합원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이어 그간 추진해 왔던 산별노조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묻지마 산별’이라는 냉소적인 말이 돌 정도다. 이제는 내실을 채워 연대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조직화해 배부른 귀족노조라는 인식을 깨뜨려야 한다."

- 현재 정치 국면이 노동계에 우호적이지 않다. 민주노총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모든 통로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지난한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조합원들을 투쟁의 주체로 세우지 않으면 싸움은 불가능하다. 멀리 내다보고 차근차근 조직화해야 한다. 연대를 실천하는 '전태일 정신'이 절실하다. 또 간부들은 조합원들에 대해 믿음을 가져야 한다.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에게 여전한 자부심이다."


정혜경 후보 약력

2000년 시그네틱스노동조합 위원장
2001년 시그네틱스 공장 이전 저지투쟁으로 구속
2003년 금속노조 시그네틱스지회장
2005년 금속노조 4기 부위원장
2007년 금속노조 5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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