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구, 민주노총 사무총장 후보 러닝메이트를 구합니다.’
민주노총 임원선거 부위원장 기호 5번 정승호(33·사진) 후보는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그는 지난해 연말 사무총장 러닝메이트를 구한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원래 위원장 후보로 나올 예정이었던 것이다. 러닝메이트를 구하지 못한 그는 ‘차선책으로’ 부위원장 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노총과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선거에 출마했다”는 그를 지난 1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그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는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 전체 노동자계급을 위한 조직으로의 복원’이다.

-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운동의 관성화와 관료주의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20년 전 간부가 지금도 간부를 하고 있다. 대국회·임단협 투쟁이 매년 똑같은 패턴으로 돌아간다. 지키는 운동은 경험이 중요하지만 노동운동은 기존 질서를 깨는 운동이다. 열정과 패기가 있어야 한다.”

- 대의원들을 만나는 대신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다보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기존에 하던 선거운동 방식, 즉 대의원에게 전화하고 만나는 것을 포기했다. 출마한 목적이 민주노총과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다. 그 말을 혼자하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장기투쟁을 했던 동지들의 의견을 듣고 대변하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가 간부들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있다. 부위원장이 되면 나와 똑같은 의견이 아니더라도 조합원의 의견을 사업에 반영할 것이다. 진정성을 가진 대의원들이라면 이런 점을 보고 지지해줄 것이라고 본다.”

- 민주노총을 혁신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 상태에서 유일한 희망은 민주노총이다. 그래서 혁신도 가능하다고 본다. 출마한 후 여러 가지 얘기를 했을 때 비판하는 선배도 있었지만, 예전에 자기가 처음 운동하던 때의 정신을 일깨워 줘 고맙다고 말한 선배들이 더 많았다. 노동운동에 대한 처음의 마음과 진정성을 갖고 있는 선배들이 있기 때문에 혁신할 수 있다고 본다.”

- 민주노총 비정규직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혜적이고 수세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의사결정을 하는 대의원과 중앙위원의 대다수가 정규직 대공장 소속이다. 아무리 투철한 사람이라도 자기 문제가 아닌 이상 시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당연하다. 그렇다보니 공세적인 투쟁 배치를 못했다. 이미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민주노총도 예산과 인력의 절반을 비정규직·미조직 사업에 배치해야 한다. 임원·중앙위원·대의원에 비정규직을 30% 할당해야 한다. 여성할당제를 실시한 것과 마찬가지다.”

- 지난해 공무원노조·공기업 노조들에 대한 정부의 공세가 심했다.
“공공노동자들이 각개 분산돼 투쟁을 하고 있다. 공동 파업을 못하면 임단투 파업이라도 함께 하자고 했지만 조율이 안 된다. 단위 사업장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하루를 파업하더라도 같은 날 돌입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전 국민이 일어나 촛불항쟁을 그렇게 오래 진행했어도 이명박 정권은 그 순간에만 사과하고 4대강 사업 등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있다. 집회 몇 번 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집행부는 구속을 결의하고 최소한 전 조직이 동시에 하는 연가투쟁이 필요하다.”

- 조합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륭 조합원을 만나 들은 얘기다. 한 집회에서 만장 들 사람을 나오라고 했더니 젊은 사람이 없어 ‘50대 이하는 다 나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젊은 사람이 없고 위축돼 있다. 비정규직 880만명이 양산된 것은 일차적으로 자본가의 악랄한 노동정책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내하청이 느는 것을 막지 못한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일정정도 방관의 책임이 있다.”


정승호 후보 약력

1977년 경남 합천 출생
극단 ‘눈동자’ 단원
충북대학교 35대 총학생회장
철도공사 청량리역 비정규직 수송담당 역무원
금속노조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연대투쟁으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
공공운수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 사무국장
현 부산지역 일반노조 조합원
현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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