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민주노총의 혁신을 말합니다. 혁신은 시스템이나 운영방식을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진정 사람이 변할 때 민주노총 관성의 틀도 깨질 수 있습니다.”

정희성(40·사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후보의 프로필은 길지 않다. 노동운동에 발을 담은 이후 전남 광주 하남공단에서, 청소용역업체에서, 고속도로 위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사용자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정 후보는 “아무리 작은 싸움이라도 이겨본 사람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며 “진정성을 무기로 조합원들과 함께 승리하는 민주노총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오랫동안 중소·영세사업장에서 노조를 만드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 청소노동자부터 화물노동자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뛰어들었다. 노조를 만들 때 나타나는 사용자들의 탄압 양상은 흡사하다. 분명 노동자에게 정당성이 있고 명분도 있지만 언제나 힘은 미약했다. 그래서 지역노동자들이 함께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으로 돌파해 회사와 당당하게 교섭할 수 있다는 것을, 민주노총과 함께 하면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민주노총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위기의 본질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천 가지 해법을 제시해도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이 달라지지 않으면 혁신은 이뤄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다. 지금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머리띠를 묶어도 곧이곧대로 보지 않는다. 지도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결단을,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2006년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장으로 있을 당시 하이스코 비정규직과 함께 대공장노조를 찾았다. 말로만 연대를 부르짖는 게 아니라 눈물로 절절이 호소했다. 그 결과 라인이 멈췄고, 전교조 선생님들은 연가를 쓰고 나왔다. 건설노동자들은 덤프트럭에 흙을 싣고 와서 경찰의 진입을 막았다. 농민들이 주먹밥을 지어오고, 그동안 민주노총을 깎아내렸던 시민단체들이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믿음의 결과다. 지도부가 최선을 다 할 때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 미조직·비정규직을 전략조직화하고, 지역사업의 전형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행방안은.
“지역사업에 재정과 인력을 더 늘이겠다는 것은 사실 선심성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선된다면 지역본부와 산별연맹, 민주노총 중앙조직의 가교역할을 하겠다. 지역사업이 잘 되려면 상층간부가 실정을 잘 알아야 한다.
비정규직 사업도 마찬가지다. 지역본부 차원에서 공단조직화 전략사업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사업비 명목으로 돈과 사람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으려면 지역주민과 밀착된 사업을 펼쳐야 한다."

- 전임자임금 문제로 현장에 혼란이 예상되고, 올해 정부의 노동계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투쟁은 지침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조합원들에게 성취감을 맛보게 해야 한다. 지는 것을 너무 당연시 여기고 지는 것에 너무 익숙해 있다. 이기는 싸움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내려 먹이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투쟁 만들어야 한다.”

- ‘통합지도부’를 요구하며 부위원장 후보들이 대거 사퇴했다.
“이번 민주노총 지도부의 임기는 앞으로 남은 이명박 정부의 3년과 같이 간다. 만에 하나라도 지도부 선출이 파행으로 이어질 경우 민주노총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경선’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지 경선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희성 후보 약력

1970년 전남 완도 출생
1998년 금속연맹 광주지역금속노조 부위원장
2006년 광주전남본부장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